* 유럽여행 8일차 20240524(금)
* 유럽여행 8일차 20240524(금) (오스트리아)인스부르크 - (스위스)발렌제 - 그린델발트
*그린델발트- 고대 독일 켈트어로 '우거신 수풀' 이라는 뜻
알프스의 보석 같은 인스브루크를 뒤로하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행선지인 스위스 그린델발트로 향했다. 스위스까지 가는 운전은 쉽지 않았다. 험준한 알프스의 산들을 따라 오르내리며 수없이 많은 고개를 돌아 넘어야 했다. 평지의 리히텐슈타인을 감아 돌고 스위스 국경에 접어들자 험준한 산들 사이를 또다시 구불구불 달려야 했다.
산과 산 사이 골짜기를 따라 난 완만한 길을 한참 내려오는데 'Rastplatz(휴게소)'라는 이정표가 눈에 확 들어왔다. 오랜 '산악 운전'에 지쳐있던 차에 망설임 없이 휴게소로 핸들을 돌렸다. 먼저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화장실에는 입장 개찰구가 설치되어 있고 2유로를 넣으라고 되어 있었다. 헐~! 오스트리아에서 50센트, 1유로 하는 화장실 이용료도 부담스러웠는데 스위스는 그보다도 더 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야박한 화장실 인심을 푸념하며 깨끗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았다.
휴게소 뒤편의 호수뷰를 보며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도 스위스에서 처음 만난 휴게소에서 숨 막히는 경험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휴게소 너머 호숫가에는 잘 단장된 푸른 초장 끝자락에 나지막한 삼각 지붕의 목조 건물들이 무심한 듯 앉아 있었고, 그 너머로 산줄기를 청동거울처럼 반사하며 형언할 수 없는 빛깔들을 발하는 호숫물이 길게 깔려 있고, 건너편에는 깎아지는 산맥 줄기가 단층을 지으며 올라가는 데 기암절벽 중턱까지는 나무들로 옷 입고 있었고, 위로는 뾰쪽하고 날카로운 능선이 얼음 눈으로 띠를 두르며 파란 하늘의 구름을 모자 삼아 쓰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분명히 내 눈으로 목도하고 있는데도 믿어지지 않는 비현실적인 뷰였다. 아름다움을 넘어선 경이로운 풍경에 모든 감각이 압도당해 숨조차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한동안 그 풍경을 눈과 카메라에 담은 후 캘린더에서나 볼 수 있는 스위스의 백만 불짜리 호수뷰를 단돈 2유로(?)에 전세 내어 인스브루크에서 싸 온 도시락을 까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떠나기 싫은 휴게소를 뒤로하고 다시 인터라켄과 그린델발트로 향했다. 호수를 따라 난 길은 많은 터널과 산허리를 깎아 만든 커브 길의 연속이었다. 인터라켄을 지나 철길을 따라 산중 마을들을 통과하여 그린델발트의 멋진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린델발트는 사방이 산들로 에워싸여 있었지만, 아름다운 설산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는 마을이었다. 조금 흐린 날씨에 골짜기에는 운해가 끼어 있었고 산 정상들은 구름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마저도 아름다움이었다.
아이거북벽을 바라볼 수 있는 캠핑장은 기대 이상이었다. 캠핑장은 목장을 개조한 듯 넓은 초장이 있었고 모든 시설은 현대적이고 널찍하고 깨끗하고 편리했다. 아이거북벽을 바라볼 수 있으면서도 취사장, 샤워장과 가까운 나무 아래에 텐트를 치고 나서야 긴 하루의 쉼을 맞이했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첫날이지만 스위스는 스위스였다. 스위스에서의 시간이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