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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쌍미음 Feb 15. 2021

임상심리평가를 받다.

평가받아보나 마나 우울장애

임상심리평가를 받기 위해 예약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병원에 도착했다.

검사를 받아보거나 말거나 이미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했다.

뿌리 깊은 오래된 우울증, 우울장애가 아닐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니, 부담스럽고 귀찮았다.



평가는 장장 2시간에 걸친 것이었고 비용은 20만 원대였다.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질문에 걸맞은 과제를 수행하고 대답하는 등 모든 과정이 귀찮기만 했다.

특히 말로써 설명해야 하는 모든 과정은 정말이지 번거롭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검사가 끝나고 되돌아오는 길에는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해, 그것도 나의 내면만을 위해서 다른 누군가와 긴밀한 시간을 보낸 것이 얼마만인지!

비록 검사자와 피검자 간의, 오직 검사와 평가만을 위한 시간이었다지만 조금 '즐거웠다'는 느낌도 있었다.



태스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대답을 하건, 그게 이치에 맞든 아니든, 어떤 황당무계한 소리를 하든지 간에 상관없이 묵묵히 들어만 주신 (그러는 내내 평가를 위한 기술은 계속하고 계셨지만) 임상심리전문가님께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울감 이외에 색다른 느낌을 느껴본 것이 아주 오랜만이라 조금은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은 임상심리평가였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며칠이 더 소요되는 관계로, 기존의 약을 1주일치 더 처방받고 돌아왔다.

아직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 결과야 뻔할 텐데, 무언가 더 치료를 받은 것도 없는데,

임상심리평가를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한 발은 내디뎠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야 비로소 좀 더 나은 상태의 내가 되기 위해 첫 발을 떼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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