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각이 드는 순간이 바로 진짜 소중한 순간.
9세 7세 형제를 키우고 있는 지금, 주말에 문득 아이들이 귀찮아졌다.
매 끼니를 챙겨야 하고, 7세는 대변 뒤처리를 도와줘야 하고, 함께 놀아(줘)야 하고, 공부를 도와줘야 하고, 아이들의 다툼도 중재해야 한다. 일상 중간중간에서 알려줘야 할 규칙이나 예절이 아직도 많다. 앞으로도 여전히 많을 것만 같다.
늘 그냥 그렇다. 아이들이 그저 일상이다.
한 때는 작은 태동만 느껴져도 보물처럼 소중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무뎌졌다.
반대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잘하고 있는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건강하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잔다, 학교와 어린이집에도 잘 다닌다, 둘이 함께 잘 노는 시간이 제법 늘었다, 호기심이 많고 알고자 하는 것이 많다, 규칙이나 예절을 알려주면 잘 따른다, 감사와 사과의 표현을 잘한다, 일방적인 요구나 떼쓰기가 아닌 '함께' 대화를 한다.
하마터면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달을 뻔했다.
소중함을 못 느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사실은 나중에 가장 그리워하게 될 아주 소중한 순간이었다.
일상에 무뎌져 있다면, 도저히 소중함을 못 느끼겠다면,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잃게 되었을 때를 떠올려보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된다.
아이가 아팠을 때, 잘 먹지 못 했을 때, 잠을 통 못 잤을 때, 울고불고 하루 종일 떼만 쓰던 때, 도저히 대화가 안 되던 때,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게 되었을 때, 등등을 생각해보면 지금 누리고 있는 이 평범하고도 조용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지고 감사한 순간들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도저히 소중함을 모르겠다.
그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소중한 때이다.
나중에 가장 그리워하게 될 바로 그 순간이다.
잃고 난 후에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연습을 해두자.
애써서 굳이 그럴 필요와 가치가 충분히 있다.
지금의 일상에 익숙해져 있다면, 무뎌져 있다면, 더더욱.
'소중함을 잊지 않는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