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인생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욕심이 욕심이었다.
지난 시절에 대해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지나온 내 인생이고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여전히 내 모습 그대로의 나일 것이기에 같은 상황에 있어서 같은 대응을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이유로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교훈으로 삼고 깨닫고 고쳐나갈지언정, 지금까지 살아내 온 나의 지난 인생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내 인생 전반을 송두리째 후회하게 되는 시기가 있었다. 그로 인해 굉장히 우울한 지경에 빠지기도 했었다.
대학수능을 치른 지 약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 와서야 그때 좀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것을, 더 좋은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것을, 더 큰 기업에 들어가서 더 많은 돈을 모으고 더 좋은 동네에 더 쾌적한 집에 살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고 부모님께도 더 값비싸고 많은 선물과 정성을 쏟아붓지 못하는 것을, 하는 식의 내 인생을 뿌리까지 뒤흔들며 후회가 내 머릿속을 요동쳤다.
이상했다. 분명 이상 현상이었다.
후회를 하게 된 계기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시작점에는 다름 아닌 두 아들이 서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고 행복하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단정하고 밝은 표정의 사랑이 넘치는 두 아들. 내 아기들.
행복하고 사랑으로 충만한 두 얼굴을 마주하자 그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특별한 경험과 교육을 시키고 싶어졌다. 이렇게 가능성이 많은 아이들인데, 지금부터라도 운동 하나쯤은 배워둬야지, 악기도 하나쯤 다룰 줄 알아야지, 자기 철학이 있어야지, 그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지, 내적으로 단단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커야지, 곳곳을 여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지, 더 쾌적하고 좋은 동네, 더 좋은 집, 더 좋은 학군이 있는 곳에 살고 싶다.
이처럼, 사고 중간에 오류가 발생했다.
이미 행복하고 전도유망한 아이들을 더욱 행복하고 외적이나 내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졌다. 그러한 바람은 내가 적당한 노력으로 성취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갈망하게 만들었다.
결국, 욕심이 그것도 과도한 욕심이 문제였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은 곳을 바라보고 적당한 노력을 하는 선에서 소망하는 것들을 성취해온 지난날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두려운 기분이었다.
인생 전체에 대한 후회.
후회에서 연속 생성된 허탈함, 앞날을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
하지만, 문제의 이유를 알았으니 이미 반 이상은 해결된 것이다.
과도한 욕심을 버리면 된다.
지금까지 이루어온 성취들을 곱씹어보았다.
한걸음 한걸음은 무척이나 더뎠지만, 지나와서 돌아보니 제법 많은 발전과 성취가 있었다.
적당히 욕심부리자.
욕심이라는 말자체부터가 벌써 현재보다 과하다는 뜻이다.
현재에 만족하기만 하는 것도 재미는 없으니, 욕심을 부리되 적당히 성취할 수 있을 정도로만 부리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