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kim Mar 18. 2020

콜롬비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상륙했습니다.

20년 03월 13일




  온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난리다.

  오래 살진 않았지만 내 생에 이렇게 온 세계가 공포에 빠진 적도 있나 싶기도 하다. 유튜브가 자동 알고리즘으로 추천해주는 영상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뉴스가 꼭 한 자리 차지하고 있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코로나 관련 검색어가 상단에 위치해있다. 그리고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뿐이다. 그야말로 온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정복당했다.




  요즘 문뜩, 콜롬비아에 오기 전에 친구들과 밥 먹으면서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그때 우리는 콜롬비아는 미지의 땅, 그저 봉사활동이 필요한 땅으로만 알고 있었다. 친구들은 내가 콜롬비아로 봉사활동을 떠난다고 하니 다들 풍토병이나 전염병을 조심하라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당부했었다. 그때 나도 어떻게든 끈질기게 목숨만큼은 부여잡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나에게 풍토병을 조심하라고 했었지만 그 당시는 몰랐다. 한국 옆에 '역병의 근원 중국'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결과는 여러분들이 매일 경험하는 그것이다. 보양식으로 박쥐 고기를 먹은 사람이 문제였는지 질병을 연구하는 연구소에서 퍼진 건진 잘 모르겠지만 중국은 또 한 번 종이, 화약, 나침판 다음으로 '세계적인 Made in china'를 만들어내 버렸다.


남미를 포함해서 세계 구석구석 코로나바이러스가 다 퍼졌다. *출처: https://coronaboard.kr/


  특히나 역병을 퍼트리는 '그 역병 같은 집단' 덕분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성공적으로 한국에 상륙해 버렸다. 참 신기했다. 역시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구나. 한국에서 떠나오던 날, 다들 내 건강을 염려했지만 결과론적으론 내가 더 한국을 염려하고 왔어야 했었다.




  그렇게 강 건너 불구경을 하며 나는 정말 '콜롬비아에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안심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 불길이 우리 집에도 붙어 버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한국을 넘어 유럽 각지에 퍼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남미까지 상륙했기 때문이다.


  2020년 03월 13일 현재 콜롬비아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16명. 남미 전체로는 수백 명이다. 그리고 남미 모든 나라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다. 그리고 그 수는 아직 적은 편이지만 늘어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부까라망가에 있는 Casa de Bolívar. 이게 마지막 동네구경이 될 줄이야.


  콜롬비아 사람들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딱 "강 건너 불구경". 우한에 있는 콜롬비아 자국민을 어떻게 복귀시킬지, 그리고 어떻게 격리하고 있는지 정도 만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의 전부였다. 뉴스를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는 보고타 대기 오염에 관한 뉴스가 더 많았었으니까.


  하지만 확진자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콜롬비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라는 믿음은 깨어져가고 있다. 그리고 콜롬비아도 이탈리아나 한국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의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콜롬비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상륙했다. *출처: https://www.ins.gov.co/Noticias/Paginas/Coronavirus.aspx




  유럽 전역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지금. 남미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퍼지기 시작한다면 유럽보다 더 위험한 곳이 남미라고 생각한다. 먼저, 나는 아무런 의학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의견들은 내가 보는 것들을 토대로 한 '나의 뇌피셜'이라는 걸 밝혀두겠다. 


  먼저, 내가 생각하는 남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쉽게 번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남미의 인사법'에 있다. 남미에서 기본적인 인사는 두 가지, 악수배소Beso이다. (유럽과 똑같다.) 배소는 '볼 키스'로 서로 볼을 맞대고 쪽 하는 소리를 내는 인사법으로 주로 남자끼리는 악수로 인사하고, 여자끼리 혹은 남녀끼리는 배소로 인사한다. (남자끼리 배소를 하면 게이로 오해받을 수 있다.)


  악수도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에 치명적이지만, 아무래도 기관지, 특히 입과 가까운 볼을 맞대는 배소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트리는데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그래서 정부에서는 직접적인 터치가 없는 인사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부족한 의료 시스템이다. 콜롬비아의 의료 시스템은 미국과 유사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여기 의료 시스템은 사람을 살리는 수단이자 돈벌이 수단이다. (돈벌이 수단에 조금 더 가깝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국민 건강 보험이 있지만 혜택이 부족하고, 공립 병원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공립 병원은 수도 부족하고 진료 수준도 낮은 편이다. (여기서 공립병원을 찾기는 매우 쉽다. Urgencias라고 적혀 있는 냄새나고 더러운 건물 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대기하고 있으면, 그곳이 바로 공립병원이다.)


  그래서 사립병원을 이용하면 가격은 무척 비싸지만 빠르고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돈을 많이 쓸수록 더 빠르고 좋은 서비스. 미국이 좋아하는 신자유주의 의료 서비스이다.


  문제는 콜롬비아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싼 사립 병원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빠르게 진단을 받고 격리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공립 의료 서비스의 속도나 진단 시스템을 믿기 어렵다. 아니 진료는 커녕 진단조차 받기 어려울 것이다.


  분명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감에 따라, 진단에 더 큰 돈과 시간, 인력이 필요할텐데 과연 콜롬비아 정부가 잘 대처할수 있을지, 그리고 보통 서민들이 이런 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을지,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모두다 의심스럽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가는 가운데, 아직도 마스크를 안쓰는 사람이 많다.


  마지막으로 팽배한 가짜 뉴스들이다. 최근 몇몇 터무니없는 소리들을 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 독감보다도 위험하지 않은 병이며, 중국에서나 유행하는 병이기 때문에 콜롬비아에서 걸리는 건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매년 세계적으로 암이나, 자살, 모기로 인한 죽음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죽음보다 더 많기 때문에 이 병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였다. 


  특히나 여기 사람들은 "나는 젊고 건강하니 코로나 바이러스 따윈 아무것도 아니야"와 같은 멍청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이것이 개소리라는 걸 한국 사람들은 알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문제점은 2~3% 내외의 치사율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높은 감염성이다. 그래서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조심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조심해야 한다.


  콜롬비아 여기저기선 별일 아닌 병에 호들갑 떨지 말라는 뉘앙스가 팽배하다. 과연 자신이 그 병에 걸리고서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코이카 사무실은 연일 바쁘다.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가 남미에 상륙하기도 전, 유럽에 확진자가 100명도 되지 않던 시절부터 코이카는 비상체제였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미 마스크와 소독용 알코올을 각 단원들에게 보내주셨다. 코이카 사무소에서 일찍부터 이렇게 될 것을 예견해 주셔서 정말 다행이다.


  나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마스크랑 소독용 알코올까지 보내는 건 호들갑이 아닐까 싶었다. 아주 멍청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한심한 놈이었다.


코이카 최고.


  그러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더니, 콜롬비아 뿐 아니라 남미 곳곳에도 확진자가 생겼다. 그래서 저번 주 수요일에는 조기 귀국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조사하기까지도 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난 '왜 조기 귀국까지 받는가?' 생각할 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그때 조기 귀국을 했었어야 하나는 생각도 든다.


  여기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면 치료받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그리고 사태가 더 심각해져서 콜롬비아 전체가 공포와 패닉에 빠진다면 생길 아시안 혐오도 생길 텐데... 그리고 나중에는 먹을 것조차 구하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최악의 최악의 또 최악의 상황을 계속 상상하게 된다. 나 말고도 해외 각지에 있으신 분 모두들 건강히 한국에서 만나기를 기도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미에 의외로 인종차별이 만연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