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는 건 뭘까?

그러나 자기 관리가 자해가 되는 때가 있다.

by 비차

예쁘다는 건 뭘까? 마르다는 건? 외모는? 첫 인상은?


나는 내게 잘 어울리고 예쁜 옷을 사는 것을 좋아하고 화장을 해서 색다른 인상을 보이는 것도 좋아한다. 패션은 취향을 내어보이는 한 방식이라 생각하고 몸이나 얼굴 역시 자기 관리의 일부라는 말에 동의한다. 예쁘다는 칭찬을 받으면 기쁘고 종종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욕망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 관리가 자해가 되는 때가 있다.


저체중에 영양실조 판정을 받았을 때에도 뱃살은 없어지지 않았다. 다이어트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말랐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의자에 앉으면 허벅지는 두 배는 커 보였고 뱃살도 여전히 말랑거렸으니까. 몇몇 친구는 니 배에 그게 가죽이지 무슨 뱃살이냐고 했지만 나는 친구 말보다는 유명한 연예인의 문장을 더 신뢰했다. "간단해요. 흔들리면 그건 지방이에요." 그건 몸에 있는 흔들리는 것-지방은 다 없애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올해 6월부터 8월까지는 외모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날들을 보냈다. 나는 말에 영향을 참 크게 받고, 부정적인 말들에는 더 많이 신경이 쓰인다. 가까운 사람의 말에는 말할 것도 없이 흔들렸다.


"뱃살이 좀 붙었네"라는 말에 페이스북에 유행하던 허리를 코르셋 형태로 졸라매는 보정 속옷을 사고, "너는 가슴만 좀 더 크면 완벽할텐데"라는 말에 가슴에는 볼륨감이 있는 패드를 차고, "허리가 참 얇다"는 말에 밴딩이 아주 세게 들어가 허리 라인을 잡아준다는 핫팬츠를 사고, "살 흔들려"라는 말에 허벅지 두께를 반으로 줄여준다는 압박 스타킹, 속눈썹 연장이나 눈썹 문신이나 그것도 모자라 교정이나 쁘띠시술이나 온갖 주사나 다이어트 약품과 피부과 성형외과 시술을 새벽마다 검색하고 친구에게 질문했다. "이거 어때? 이거 하면 어떨 것 같아? 지금은 너무 못생겼지?"


왜냐면, 내게 제대로 된 부분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 모든 노력과 소비에도 나는 스스로 만족할만한 외모가 되지 못했다. 거울을 보면 여전히 뱃살과 허벅지 살과 피부 트러블이 보였고 보정 속옷은 몸을 누르고 조여서 자국이 많이 남고 원래 몸은 그대로였다. 얼굴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다크서클과 팔자주름과 눈 밑 주름 등등 좋지 않은 부분들만 유심히 보게 되었다. 나는 내 단점을 찾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루는 스스로가 조금 마음에 들다가도 다음날이면 내가 너무 못생겨서 살고 싶지가 않았다. 밤마다 친구한테 울면서 카톡으로 내가 너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죽고 싶다고 말했다. 그게 그냥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는 것인데도.


아마 건강 문제도 있었을 거다. 당시에 나는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지만 언제라도 응급실에 가면 수혈을 받아야 할 정도로 철분 수치가 기준치 한참 아래까지 떨어진 상태였고, 과호흡이 종종 찾아왔고, 덩달아 병증 중 하나인 무기력이나 우울감으로 부정적인 말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기에는 어려운 체력이었을 테니까. 그러나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은 병증의 탓만은 아니었을 거다.


일상이나 사진에서는 그런 티가 나지 않았지만 7월부터는 내 일상을 보여주기 힘들 정도로 자존감이 바닥을 쳤었다. 일 년 가까이 그려오던 첫 단추 시리즈를 중단하고 SNS도 잘 하지 않았던 것도 이 영향의 일부였다. 스스로 외모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상태를 깨닫고 돌이키려 애를 써보았지만 그건 정말로 정말로 쉽지 않았다. 또 다시 약을 먹으며 이삼개월을 애를 쓰고 난 뒤에야 체력도 감정도 조금 나아진 기분이 든다.


그래, 이런 글을 써보는 건 지금은 그나마 좀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시의 내 '자기관리'는 나 자신에게 참 해로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렇다면 그건 자기관리가 아니지 않을까? 나를 해치는 자기관리라면, 하지 않는 게 나를 위해 옳은 것이 아닐까ㅡ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를 누르고 조였던 수많은 말들과 시선이라던가, 소화가 안 되게 하고 거북하게 몸을 구속하고 강조하던 제품이나 약이나 시술같은 것들이 과연 모두 다 나를 위한 거였을까. 내가 정말 원한 거였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좀 답답해진다.


그냥 정말 맨몸의 날것으로도 서로를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기기를, 꾸미거나 꾸미지 않은 모습도 모두 나이기를 바라는데 나는 꾸미지 않을 용기도 충분하지 않고, 꾸밈 없이도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고 자존감을 채워주는 것을 바라는게 너무 큰 꿈이고 바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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