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0.
요즘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찾아와 먹이고 마시고 재워준다. 그래서 나는 잘 지낼 수 있다. 잃어버린 사람이 많지만 돌아온 사람은 더 많았다. 그래서 잘 정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리를 잘 못하는 나에게는, 태어나 처음 해본 일이었다. 이게 정리였다는 것도 이제야 깨달았다.
어제 새벽에는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그냥, 이제는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어떤 경험은 사람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사람에 대해 배우고 있다. 사람을 구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인지, 이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내 모습이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인지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로에게 좋은 관계를 가지고 싶으니까. 그건 옳고 나쁨이 아니라 정말 결의 문제라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낀다. 그걸 배우고 싶으니까, 더 많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아야겠다는 생각도 종종 들고.
한동안 나를 지배하며 살았던 우울과 강박에 모든 부족하고 모자랐던 점까지도, 네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이제 나아져서 다행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찾아와서 잘 지내야 한다고 입에 먹을 걸 넣어주고, 단걸 물려주고, 걷게 하고, 커피도 마시고, 술도 마시고, 안아도 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었다. 예쁘다고, 잘 했다고, 용감했다고, 칭찬도 많이 해 주었다. 그래서 그게 내가 아니었구나, 이게 나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뭐든 괜찮으니까 힘들 때면 찾아달라고 말해준 오래된 사람들을 혼자 잊고 지냈다. 요즘은 그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흙먼지를 닦아주는 물처럼 날 씻기고 반짝거리게 만들어 내어놓는다. 그러면 또 나는 잘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