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야, 내가 좋아하던 너의 글이 이따금씩 생각나.

20171212

by 비차

Y야, 내가 좋아하던 너의 글이 이따금씩 생각나.


너와 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던 날. 학교에서 부당하게 혼나고 옥상문 앞에서 손바닥을 겹치고 서로 끌어안았지. 네가 해준 계란을 네 개나 넣고 만들었던 김치 볶음밥, 네 볼에서 자꾸만 굴러 떨어지던, 손바닥으로 한참 닦아도 닦이지 않던 눈물의 온도가 생각나. 낮의 태양 아래에서 보면 투명한 금색 유리구슬 같았던 네 눈동자. 우리가 소근 소근 말했던 옛날 얘기들과 변명들이 우리를 한참 살아있게 했지. 나는 내 이름을 그때 얻은 것 같았어.


첫 키스의 감각을 손가락을 움직여 말해주고는 낄낄대며 웃던, 온통 버림받은 것들로 채워진 것 같았던 일상, 벌레가 자꾸 나와 급식을 못 먹겠다던 나와 학교에 나가는 걸 허락받지 못했던 네가.


가장 자리만 밟는 보도블럭, 새로 깔린 새카만 아스팔트, 동그라미를 그리며 휘도는 낙엽, 버스 창문 자국이 난 채로 쏟아지는 낮, 어떤 하루의 순간들을 발견하면 나는 너와 같이 보았던 풍경이 떠올라. 대리석 계단 위로 쏟아지는 석양을 보다 발을 헛디딘 다음 날, 인대가 늘어나 절뚝거리는 나를 보며 너는 내가 나답게 다쳤다고 했지.


내 손목의 아대를 걷어주었던 사람, 흉터 투성이의 팔을 보고는 내 등을 쳤던 사람, 네가 너무 서럽게 울어서 내가 그만큼 울었지. 우는 너를 위해서는 울 수 있었던 나를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아주 많이 서러워했지.


살아가는 게 참 서툴고 무성의한 우리가, 너무 빨리 만난 우리가, 서로 없어서는 안되지만 어딘가에 무사히 살아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살아있을 힘을 얻는 우리가, 나는, 나에게는, 네가 있어주어서 기뻐. 나의 소중한 언니이고 동생이고 엄마고 아이같은 너, 내 분신, 내 마지막 동앗줄이고 내 마음의 안식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목련의 정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