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토비들의 격투

수구. 워터폴로 (2)

by 상수동해마

귀여운 모자를 뒤집어쓴 격투가들


수구 경기는 발이 닿지 않는 깊은 풀에서 진행된다. 문제는, 입영이 수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입영이란 물속에 수직으로 몸을 세우고 발차기를 하면서 떠 있는 영법이다. 일반 수영의 경우, 몸이 수평으로 되어있어 물에 닿는 면적이 넓고, 그만큼 떠 있기가 용이하다. 하지만 입영의 경우, 안그래도 수직으로 떠 있는데, 양팔을 머리 위로 번쩍 들면 얼굴이 자연스럽게 수면 밑으로 가라 앉는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더 강하게 입영 킥을 해서 부력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핵심은, 수구의 입영은 단순 입영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구가 거친 스포츠인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서 상대편이 자신의 손목을 잡고 수면 아래쪽으로 쑥 잡아당기거나, 수영 팬티를 아래쪽으로 잡아 당기는 생존 게임이기 때문이다. 패스 받기 위해 손을 흔들며 입영 중일 때 상대편이 내 팔목을 잡거나, 팔로 내 어깨를 누르기도 한다. 또, 공을 향해 전력 질주하려는 순간에는 누군가의 손이 나의 발목을 휘감는다. 마크 당하는 중에는 이러한 것들이 잘 안보인다.


갑자기 이런 것들을 당하면 몇 번 물을 먹는다. 공 한번 못 만져보고 기진맥진 겨우 목숨만 붙어 기어 나온다. 비겁하다, 반칙이다, 외치고 싶을 수 있겠지만 아니다, 이는 기술이다. 무엇보다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지 않으면 게임은 속행이다.


기술인만큼, 당하지 않기 위한 방어 기술이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내 어깨를 누르면, 나 역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만 물 속으로 가라 앉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나, 둘 다 물 속으로 동시에 가라앉는다. 눈엔는 눈, 이에는 이, 그것이 최선의 대응 기술이다. 마치 무에타이에서 로우킥을 맞을 때, 정강이를 들어 방어를 하면 정강이끼리 부딪혀서 나만 아픈게 아니라 상대방도 똑같이 아프게 하는 그런 전략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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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토비 같은 귀여운 모자를 쓰고, 삼각 수영복 한 장만 입은 채 수면 아래서는 거친 격투기가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물 밖에서만 보이는 이러한 어지고 있다. 이러한 격투기에, 평화에 익숙하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하며 하루의 고민과 고뇌를 씻어내듯 혼자 수영을 하는 초식동물 같은 사람에게 수구는 그만큼 거친 스포츠다. 수영과 달리 수구는 경쟁하는 상대팀이 있고 그 상대팀은 짐승 수준의 동물이며, 물속에서 공격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괜히 “수중 격투기” 라는 별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글을 적고 보니 수구를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야만적인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친근하고 신사적이다. 작은 삼각 쫄쫄이 수영복 한 장과, 텔레토비 같은 모자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웃는 얼굴로 굉장히 친절하고 친근하게 대해준다. 단지, 시합이 시작되고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그들은 대형 수중 동물이 된다. 그들에겐 장난이지만, 그 장난으로 나는 잠실 수영장 물로 배를 채운다. 수영 실력과는 상관 없다. (물론 그들 대부분의 수영 실력은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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