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말고 모노핀

모노핀 vs 바이핀

by 상수동해마

모노핀 수영은 굉장히 빠르다. 어릴 적 자동차 창문을 열고 얼굴 내밀고 입을 열면 입안이 공기로 가득 차 볼이 포로록 거린 경험이 있는가? 모노핀 수영도 비슷한 느낌이다. 물살에 뱃살이 휘날릴 정도로 빠르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모노핀 수영 대회나 훈련하는 날, 물 속에서 가만히 다른 이들의 수영자세를 보고 있노라면 물살에 밀리는 뱃살들을 볼 수 있다. 정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물살에 뱃살이 밀려서 푸드덕 푸드덕거리며 흔들린다.


이토록 빠른 모노핀 수영은, 나의 수영 기억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모노핀 경험 자체도 특별하였고, 모노핀을 함께한 사람들도 특별하였다.




일반적으로 핀수영이라고 하면 오리발을 떠올린다.


오리발, 혹은 바이핀은, 핀 신발이 두 개이기에 두 발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데 반해, 모노핀은 신발이 하나로 모아져 있다. 마치 인어공주의 꼬리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혹은, 고래 꼬리 같은 걸 두발에 묶어 두었다고 상상해도 좋다. 반원모양의 날이 있고, 그 원형 둘레의 정 가운데에 두 발이 들어갈 수 있는 신발 부분이 모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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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핀을 신고 걸을 땐 오리처럼 뒤뚱 거리더라도 천천히 걸을 수 있지만, 모노핀은 신으면 그 자리에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 - 뭍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지면을 파닥거리는 수 밖에 없다. 두 발을 모노핀에 묶인 채, 엉덩이와 양 팔을 번갈아 바닥을 짚으면서 가까운 물을 향해 기어가야 한다. 뒤집힌 애벌레처럼 기어가기에 느리다. 아마도 인어 공주도 뭍에 올라왔으면 그런 형태로 땅에 붙어 기지 않았을까? 인어공주가 왕자와의 데이트를 위해 두 다리를 필요로 한 심정이 공감이 간다. 보기 안 좋은 것도 있지만, 이 팔딱이는 과정에서 엉덩이 부분이 지면에 계속 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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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핀과 바이핀의 차이는 단순히 발이 묶여있는가 아닌가는 물론 아니다. 두 발이 자유로워 더 보편적으로 활용 가능한 바이핀은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에 활용된다. 스노클링, 바다수영,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하게 활용되며, 자유영 킥을 기반으로 하기에 초보와 상급자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다.


반면 모노핀은 양팔과 상반신을 고정하고 돌핀킥을 추진력으로 삼는다. 따라서 모노핀은 스노클이 없는 경우 호흡이 어렵다. 필연적으로 더 많은 숙련도를 필요로 하여 접근성과 보편성이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 모노핀이 제공하는 물속에서의 속도감은 정말 각별하다. 특히 무호흡 잠영 50미터를 할 때면, 몸 옆으로 강하게 흘러가는 유속은 마치… 그래, 굳이 비유를 하자면, 아이스 링크에서 스케이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산에서 보드를 탔을 때의 속도감에 놀랄 때의 기분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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