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어가요.
모노핀 수영을 처음 신었을 때 2가지에 대해 굉장히 놀랐다.
첫 번째는, 킥으로 물을 짓누를 때의 몸에 밀려오는 강렬하고 빠른 물살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모노핀 사용할 때 생기는 발의 고통이다. 이 글은 고통에 대한 글이다.
모노핀을 처음 신을 때, 선배들로부터 “발은 신발에 맞추면 돼” 라는 말을 들었다. 신데렐라의 유리 신발을 신으려는 계모 딸도 아니고, 신발에 발을 맞춘다니. 과장과 엄살이 심하네 라고 생각하며 피식 넘겼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콧방귀를 뀌면서도 한편으론, 그래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궁금해하며 은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일단 모노핀 신발은 발과의 밀착을 위해 굉장히 타이트하고, 고무 역시 단단한 편이다. 어깨부터 시작된 돌핀킥 웨이브가 가슴, 허리, 엉덩이, 허벅지를 타고 최종적으로 발끝으로 전달될 때 핀이 벗겨지지 않고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돌핀킥 웨이브가 빠르고 연속적으로 전달되는 데, 이를 고정력 있는 힘으로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노핀은 단단하고 타이트한 고무신으로 구성된다. 만약 신발이 조이지 않거나 신발 고무가 부드럽다면, 킥의 파워에 밀려서 신발이 벗겨지거나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고무신이 단단하고 타이트하기 때문에 발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마찰도 심하고 압력도 심하다. 이러한 고통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몸부림 노하우가 존재한다. 그 첫 번째 노하우는 바로 발에 “바셀린”을 바르거나 비누칠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발을 어떻게든 고무신 안에 우겨 넣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신는 순간만 고무와 발의 마찰력만 줄일 뿐이다.
두 번째 노하우는 발가락 테이핑이다. 물속에서 빠르게 돌핀킥을 연달아 찰 때, 모노핀 신발이 발과 완전 밀착이 되어 있지 않아 약간이라도 마찰이 발생할 경우 발의 살갗이 계속 긁힌다. 엄청 쎄게 누른 고무가 계속 피부에 비벼진다고 생각하면 좋다. 닿는 부위가 발톱일 경우, 발톱이 뽑힐 수 있다. 다른 부위일 경우 마찰력으로 인해 발가락과 발등의 살갗이 벗겨지기도 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살갗이 살며시 벗겨진 상태로 계속 발차기를 하면 그곳에 계속해서 마찰력이 더해진다.
자, 어떤가, 고통스럽지 아니하겠는가? 이미 손 발이 오그라질 정도의 고통이 상상도되지 않는가? 이러한 고통을 막기 위해 약국에서 판매하는 하얀색 테이프를 발가락에 둘둘 감는다. 테이프 대신 어떤 이들은 버선을 신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 하얀 테이핑으로 발가락을 감쌌다. 훈련이 끝나고 발의 테이핑을 떼내다 보면, 발등과 발가락의 털도 같이 뽑힌다. 바셀린과 끈끈한 테이프 - 브라질 특산품 왁싱 같은 조합으로, 한 달 정도 지나면, 이 부위에 난 털이란 털은 다 뽑혀서 매끈하고 찌그러진 발이 남는다. 강력한 고무 신발에 의해 찌그러진 발이 무결하고 희멀거니 물에 씻겨져 있는 것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러한 것이 없어도 별 상처 없이 잘 훈련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천무지체다. 그 외 다른 일반인들은 상처가 나며, 어떤 선배들은 실제로 발톱이 뽑혔다. 발가락이 아프다며 징징거리던 내게 어느 선배가 다가와 말 없이 자신의 발가락을 보여주었다. 엄지 발가락에 발톱 대신 기괴하게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발톱이 빠지자, 이를 대신해서 피부가 단단해졌던것 같다. 나는 눈을 제대로 뜨고 볼 수가 없어 오만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고 더 열심히 테이핑을 하였는데, 테이핑이 너무 두꺼워도 더 잘 벗겨질 뿐이다. 장인의 정신으로, 칼을 갈듯이 정성껏 그리고 정확히 테이핑 해야한다.
자 이제 본연의 고통이 남았다. 운동 중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통. 바로, 조이는 고무 신발에 발을 넣고 20분에서 30분 동안 돌핀킥을 하여, 피가 발바닥에 쏠려 발 바닥 전체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주는 고통이다.
어릴 때 하는 장난 중, 손목을 꽉 움켜쥔 채 나이만큼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보라고 한 뒤 손목을 놓으면 느껴지던 그 찌릿함과 비슷하다. 단지, 그 찌릿함이 제곱에 제곱을 한 느낌. 몇 번 오물오물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이 아닌, 20분 동안 전신에서 발생된 돌핀 파워가 전달되며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발의 저림은 말로 잘 형용하기가 힘든데, 마치 발 전체 전류가 갇힌채, 전류가 서로 발광하는 느낌이다. 그러다가 모노핀을 벗으면, 발광하던 전류가 서로 나오겠다고 좁은 통로에 서로 낀 것처럼, 시원한 쾌감과 고통이 동반된다.
이상태로 발을 풀어주지 않고 바로 수영장 위로 올라오면 걷기가 굉장히 어렵다. 아직 전류가 남은 상태의 발은 바닥에 닿을때마다 전류가 폭발해서, 아직 고통이 익숙치 않은 신입생들은 깽깽 거리며 돌아다닌다. 고통에 뒤뚱거리는데, 한 쪽 발의 전류가 너무 아파서 다른 발로 땅을 디디면 그 쪽 발이 아프다. 그러면 다시 발을 옮긴다. 뒤뚱. 뒤뚱. 그때 마다 얼굴은 일그러지지만, 정말 고통에 내성이 높은 건지 별로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물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가장 호들갑 떨며 비명을 지르던 부류다.
나는 고통을 참지 않고 그대로 입을 스피커 삼아 방출하였는데, 일부 선배들은 피식 웃거나, 대수롭지 않아하며 그만 하라는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었다. 이 고통은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인 것일까? 사실 어쩔 수 없는 고통이면 굳이 표현안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였다. 아니면 어쩌면 고통을 즐기나? 고통에 대한 통찰력이 있나?
"발을 신발에 맞추면 돼"왜 같은 무식한 말보다 더 깊이있는 통찰력이 있을까? 다른 신입생들과 함께 꽥꽥 소리지르다가, 가장 무표정하게 평온하게 서 있는 선배를 발견하였다. 평온한 얼굴과 다르게, 발가락을 오므리고 서 있는 것이 분명 아파 보였다.
- 너무 아픕니다. 발차기를 해도 아프고 가만히 있어도 아파요. 안 아프세요?
- 아프지.
- 그쵸. 너무 아파요, 어떡해야 합니까?
- 더 빨리 차.
- 더 빨리 차면 더 피가 쏠리고 더 조여서 더 아파요.
- 그럼 더 빨리 차.
미친 사람이네라고 생각하였다. 이들에게 통찰력이나 내성이나 깨달음 같은 것은 없었다. 스포츠 마인드는 단순하다. 고뇌와 번뇌와 더불어 이성과 사고력도 모두 물 속에 발차기와 함께 씻어낸 것 같다. 그냥 생각할 필요 없는 것은 생각 안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너무나 많은 실험과 고민과 발버둥 끝에, 너무 늦게 그들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통 속에서도 분명 더 즐겁게 훈련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매번 고통을 피하기 위한 노력에 집착하여 정작 더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였던 것이 돌이켜 보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