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슬픈 것이 아닐 것이다. (1)

1년에 몇 번 없는 그런 완벽한 아침 하늘

by 상수동해마

1년에 몇 번 없는 그런 완벽한 아침 하늘


여름이 떠났음을 알리는 살짝 서늘한 바람과 푸르게 높은 하늘을 가로질러 뿌려지는 아침 햇살. 너무 아깝다. 무한하지만 항상 있는 것은 아니어서 너무 아깝다. 1년에 이런 날은 열 손가락이 안되겠지. 그리고 그런 아까운 마음에 빨래를 시작했다.


나는 태양이 닿아 마른 빨래가 좋다. 옷감에 태양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유해한 것은 모두 태워버리고 순백 소재만 남은 느낌이 좋다. 반대로 드라이어기가 돌고나면 인공 내음이 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 날씨를 놓칠 수 없었다. 미세먼지도 없고, 충분히 따스한 햇빛이 쏟아지는 이러한 날 빨래를 널어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나칠 수 없는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반대로, 같은 하늘을 본 찰리는, 아기와 함께 빠르게 산책을 가자고 제안을 하였다.


- 아기와 다같이 공원 산책 가자. 좋은 공기 마시자


세탁기를 보니 빨래가 다 될때까지 20분 남았다고 적혀있다.


- 조금만 기다렸다가 널고 나가자.


찝찝한 표정을 짓는 찰리를 설득하였다.


- 금방 빨래 끝날것 같아.


그렇게 성인 3명과 아기 1명, 그리고 개 한마리는 공원 갈 채비를 하였다. 세탁이 완료되면 바로 떠날 수 있게. 하지만 기계 계기판의 배신으로 5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계속 늘어나느 계기판 시간, 늘어지는 기다림에 찰리, 장모님, 아기, 그리고 강아지까지 모두 지쳐버렸다. 여기서 포기하면 오늘 하루가 망가진다. 오늘 산책은 그냥 포기하자는 말이 나오기 전에 가볍게 말해본다.


- 아직 괜찮아, 아직 오늘 살아있어, 후딱 나가자.


하지만 지금 적는 이야기는 공원이 얼마나 멋졌다거나, 가을 하늘 아래 공원 아래 거닐며 어쩌구 저쩌구 -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서론이 쓸데 없이 길었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