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미에서 말매미로
- 끼에에엑 끼에엑 위에에에엑 으에엑 빼애애애애애액
아기 얼굴이 핑크색으로 변한다. 이 얼굴, 본 적있는 얼굴이다. 교과서에서 본 을지문덕 강감찬이 이런 얼굴이었다. 아니, 연개소문이었나?
나는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동양풍 그림의 두 눈이 찢어진 장군들을 떠올린다. 장군께 자비를 구하는 적군 졸병처럼, 간절함을 담아 아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 쉬잉이잉 쉬잉이이이이잉히이잉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정말 간절하게 속사였다.
아기는 0.1 초 정도 울음을 멈춘다. 그리고는 기어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다음 단계로 울음 소리가 진화해버렸다. 한층 더 강해진 아기의 울음 속에 담긴 장군의 꾸짖음을 해석해보았다.
- 쉬이익이라니. 문제를 풀지 않고 알람을 끄려고 하다니. 감히. 난이도 UP UP 이다.
그리고 그 분노의 정점으로, 잠시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폐의 마지막 공기 한 줌까지 뽑아내듯, 새로운 버전의 익룡소리가 난다.
....히에에에에아아악….
아기를 달래기 위해 난리를 치던 찰리 얼굴이, 아기 울음 소리가 업그레이드되자 다시 뭉크가 되었다. 찰리의 퀭한 눈에서 이미 이성은 사라졌다. 자신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본능적인 움직임을 해보는 것일테지만, 내 눈에는 그냥 허우적 거리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나는 차가운 커피 반 잔을 한 번에 목 안에 쏟아 붓고, 독일군인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비장하게 아기를 안아들고 아기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아기에게 속으로 텔레파시를 보낸다. 우린 부자지간이니깐 통할 것이다.
- 아기 양반, 이제 그만 하시지? 메세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백기 투항이다. 뭘 원하는가? 다 줄게. 엄마를 풀어줘라.
나 역시 이성이 사라졌던 것이다. 이딴 텔레파시를 담은 아기 등 쓰다듬이 통할 수 있을 것이라 단 0.1초라도 생각했다는 자신을 책망한다. 아기는 변함없다. 고스톱에서 끝없는 고를 외치는 사람처럼, 아기의 울음은 계속된다.
쓰리고.
포고.
파이브고.
너의 멘탈을 전부 털어주마.
다시 독일 패잔병 표정으로, 나는 찰리와 강아지, 장모님께 퇴각을 권고하였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