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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선 Aug 29. 2022

불완전해도 괜찮아: 우울전파자에서 벗어나기


1) 나는 우울전파자


“왜 하필 마음 챙김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제가 필요해서요”라고 대답하고 싶다.


새벽 되면 올라오는 우울감에 ‘우울하다’라는 말을 달고 살고, 늘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나는 우울 전파자였다. 그랬던 내가 현재 ‘쓰담’이라는 마음 챙김 커뮤니티를 기획한 운영자인 나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0살, 대학 때문에 혼자 올라온 서울에서 나는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다. 처음으로 사귄 남자친구는 나의 모든 것을 함께 하는 단짝 친구였고, 새로 형성된 내 인간관계는 특별했다. 늘 그들과 함께했다. 약속이 깨지면 다른 약속으로 채워 넣었고, 혼자 집 가는 길이 외로워 전화번호부 속 누군가를 찾아 전화를 할 정도였다. 혼밥, 혼영이 유행이라는데 나에겐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내 생각과 일이 다르게 흘러가거나,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새벽이면 우울감이 올라왔다. 나의 인스타 스토리는 감성 가득한 밤 하늘 사진에 글귀는 ‘우울하다’라는 문구 하나가 전부였다. 부정은 부정을 부른다고, 우울하다는 간단한 네 마디는 나를 더 우울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연말을 맞아 내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보라 하면 ‘내년에는 행복하자’라고 적었다. 1년이란 긴 시간 속 나의 웃음들은 싹 잊어버린 채로 말이다.


© loilamtan, 출처 Pixabay



내가 변화하게 된 계기는 모순적이게도 이별이었다. 혼자일 때 외로움을 타는 나의 인생에서 하나가 더 빠졌다. 가장 의지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날, 내 세상은 무너졌다. 내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모든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밥도 못 먹고 하루 종일 눈물로 지새웠다. 그런 나를 보고 엄마가 한약을 지어줄 정도였으니. 나는 처음으로 혼자가 되었다.



하루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자친구와 싸워서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평소에도 늘 고민 상담을 하던 친구였는데, 내가 헤어져서 힘들어하는 날에도 전화로 자기 이야기를 했다. 항상 잘 들어줬는데 어느 순간 그 감정이 전이되는 걸 느꼈다. 친구가 느끼는 슬픔, 분노의 감정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 마음이 편하려고 지금까지 친구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전파하고 있었구나”


나는 점점 고민 상담을 줄여나갔다. 생각해 보니 고민을 털어놓는 게 해결책을 바래서가 아니라 공감을 받고 싶어서였다. 사실 정답을 알고 있는데, 내 감정과 선택이 옳다고 합리화하기 위해서 내가 원하는 대답을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웬만한 고민이나 걱정은 혼자서 정답을 찾아가야 했다. 물론 상의해야 하는 부분이나, 정말 답답할 때에는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감정도 전이되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 그리고 누군가와 했던 것을 혼자서 해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혼자 카페도 가보고, 밥도 먹어봤다.



‘어라,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



2) 해답은 나에게 있다.

© hudsoncrafted, 출처 Unsplash



하루는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 친구에게 털어놓으려 전화번호를 들어가는 순간 멈칫했다. 전화번호부에서 뒤로 가기를 누르고 나는 광화문으로 향했다. 청계천을 지나 도착한 교보문고에서 천천히 책을 둘러보다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책을 집었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되고, 자기계발 세계로 인도한 의미 있는 책이다. 나는 타인이 아닌 책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실제로 책에 있는 대로 행동하니 변화되어 가는 가치관과 내 모습이 좋아졌다. 책에도 흥미를 붙였고 운동도 하기 시작했다. 멋있어 보여서 무작정 도전한 바디프로필은 나에게 완전한 자립심을 키워줬다. 퇴근하고 헬스장으로 향했고, 식단 조절을 위해 친구들과의 약속을 줄였다. 촬영 100일 동안 대화 상대는 오롯이 나 자신이었다. 내 몸 상태는 어떤지, 지금 어떤 감정인지 내면을 들여다봐야 했다.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도록 계속 동기부여를 해야 했고 나와의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운동을 할수록 생기는 근육과 탄탄해지는 몸을 보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성취감으로 자연스레 자존감은 올라갔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현재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과거 내 모습을 이야기해 주면 전혀 상상이 안된다고 말할 정도이다. 책에도 흥미를 붙이고, 운동을 하고 도장 깨기를 하듯 하나씩 도전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명상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에는 차분한 음악을 틀어두고 심호흡하며 명상을 했다. 불교학부인 내 전공 특성상 마음 챙김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고, 명상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활동들을 살펴보면 ‘혼자’해야 하는 것들이다. 지금은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일부러 만들 만큼 잘 즐긴다. 결국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건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 leninscape, 출처 Pixabay



마음 챙김은 나를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의 내면의 이야기를 듣게 하고, 내 감정을 알아차리도록 한다. 내가 경험했던 변화들을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서 커뮤니티를 기획했다. 아직도 나는 불완전한 존재다. 여전히 감정 기복이 있고, 우울감을 겪는다. 늘 알아차리려 연습하다 보니 훨씬 감정 조절이 수월해졌다. 이전에는 우울이라는 단어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 감정들은 당연히 느끼는 감정들일 뿐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것은 중요하다.



sns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제일 힘든 사람 같지만, 그렇지 않다. 누구나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간다. 당신이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것은 정상이다. 남과 비교하고 자책하며 끝없는 우울의 세계로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은 마음 챙김 전도사라고 할 만큼 과거의 내 모습과 반대이지만, 그런 나에게도 그런 순간은 있었다. 비워진 물컵에 물을 따를 수 있듯이 그때의 불완전한 내가 있었기에 더 성장하려 했다.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지만, 그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이다. 나의 성장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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