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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선 Jul 05. 2023

부모님의 희생에 대한 등가교환은 무엇일까

영화 엘리멘탈을 보고

스포주의 !




영화 엘리멘탈을 보는 내내 나의 상황과 너무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갔다. 부모님께서 애지중지 힘들게 키운 첫 딸인 나한테 기대했던 것, 그 희생에 보답하고 싶었던 나. 앰버=나라고 생각하며 얼마나 몰입했는지. 특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있는데, 내 인생들이 파라노마처럼 지나갔고 그때마다 들었던 내 생각을 적어내려가려 한다.




 "왜 남이 정한 대로 살려고 해?"



우선, 이 영화를 보며 1) 최근 화두가 되는 메시지, 2)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고 느꼈다.

특히 한국의 첫째, 특히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들이 공감을 많이 하지 않을까 싶었다.



유튜브에서나 SNS에서나 최근 퍼스널 브랜딩을 강조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에 귀를 기울여라는 메시지를 많이 강조하는데, 영화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다.



부모님이 일궈둔 가게를 물려받으려 했던 앰버, 웨이드 가족과의 식사에서 자신이 잘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혼란을 겪는다. 나 또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 이후로 하고 싶은 일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생각지 못했던 사업을 하고 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공무원이 되길 바라셨다. 내가 처음 원하는 일을 찾고나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얼마나 반대가 심했는지. 충분히 그 마음은 이해한다. 나도 자신이 없었고, 나는 부자가 아니었고, 부모님은 더 이상 나를 도와줄 수 없었고. 하고 싶은 일보다는 우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구해야 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교사가 꿈이었는데, 왜인지 모르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성적 때문에 원하던 학교에 가지 못했고, 대학교에 와서는 안정적인 직업을 강조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당연하다는 듯 공무원을 준비했었다.



그렇다고 공무원이 싫은데 억지로 했던 것은 아니다. 어찌어찌 적응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에 귀 기울여본 적이 없었다. 나는 안정을 추구하고, 돈을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고,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고, 교사를 못하게 되었으니 차선책에 불과했다.




"부모님의 희생에 보답하는 방법은 나 자신도 희생하는 것뿐이다"



부모님은 늦게 나를 낳으셨다. 나는 아직 사회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번데기인데, 퇴직을 얼마 앞두지 않은 부모님을 보며 나는 얼른 알에서 부화해야만 했다.



세월이 주는 조급함. 물론 부모님의 노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를 가진 집안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부모님은 퇴직 이후를 준비를 해야 하고, 나는 내 밥벌이를 해야 하는데 ‘지금 내가 이 상황에서 불확실한 일을 시작해도 될까?’ 라는 고민에 늘 망설여졌다.



아슈파처럼 점점 연세가 들어가는 부모님을 보며, 건강하실 때 뭐라도 해드려야 하는데, 난 아직도 손을 벌리고 있으니. 한심스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스러웠다.



얼마 전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가 할아버지를 뵀는데, 살이 빠져 굉장히 마르셨고 말할 힘이 없으셨고 기력이 전혀 없는 할아버지를 보며 죄책감은 배가 되었다.



호강시켜주겠다는 약속은 유효한데, 시간은 계속 흐른다. 자꾸 이런 상황들이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쫓아가리.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은 있지만 상황에 따라 포기해야 하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언젠가 나에게 ‘젊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봐’ ,‘돈이 없으면 부모님께 빌려. 지금은 그래도 돼‘ 라며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그들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나름의 충고였겠다.



지금 나와 같은 상황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무조건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라고 말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나는 ‘가족-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한 중도를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아슈파가 했던 희생, 그 희생에 보답하는 딸이 되려고 했던 엠버. 너무나 그 마음이 공감 갔다.



 "내 꿈은 가게가 아니라 항상 너였단다"




홍수가 나서 파이어 플레이스가 물바다가 되고, 가게가 다 망가져서 죄송하다고 하는 앰버. 그제야 아슈파에게 사실 그 가게 물려받기가 싫은 것 같다며 털어놓는다. 혼내기는커녕 '내 꿈은 가게가 아니라 항상 너였단다'라고 말하는 아슈파.



앰버는 드디어 원하는 일을 찾아 먼 곳으로 인턴을 간다. 앰버가 부모님께 큰 절을 하고, 존중의 의미로 답 절을 해주는 아슈파. 내가 느끼기엔 그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우리 부모님께서도 그러셨겠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내가 혼자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되었을 때, 걱정은 되지만 미래를 위해 떠나라던 부모님. 부족함 없이 보내줬던 지원들.



내가 공무원을 포기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반대했지만, 정말 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믿어줬던 부모님. 이제는 같이 사업을 고민해 주는 엄마 아빠.



걱정되고, 부족하더라도 자식이 원하는 일을 하길 원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보다.



항상 부모님께서는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당신의 지원은 모자라지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빛은 영원하지 않으니 밝게 빛날 때를 누려"



시간이 한정적이니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겠지. 또 다른 명대사인 '디쇽 : 빛은 영원하지 않으니 밝게 빛날 때를 누려' 마음 한 켠에 적어둬야겠다.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이 되어 가족들을 빛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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