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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선 Jul 06. 2023

초보 꽃 집 사장의 두려움

창업 이야기 1


창업한 지 약 70일. 나는 초보 사장이다.


오픈하자마자 첫 한달은 가정의 달을 보내느라 우왕좌왕 하고, 둘째 달은 없는 매출을 보며 걱정만 하며 보냈다.


처음엔 좋아하는 일이라 돈을 못벌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생활비는 없다 쳐도 가게 월세를 내야하는데 돈니 모자라서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공무원이 되길 바라셨던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자를 내버린 나. 잘할 수 있다고 의기양양하게 선택했으면 밥벌이는 스스로 해야하는데 이게 무슨 우스운꼴인가. 그렇게 나는 또 부모님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블로그 마케팅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브랜딩을 하기 위해 책도 구매했다.


나름 실천에 옮긴다고 블로그도 쓰고 광고도 돌렸더니몇 건의 문의가 왔다. 조금씩 반응이 오는데, 나만 잘 한다면 지금보다는 매출이 조금은 나아질텐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두려운 게 많다. 일을 할 수록 처음 해보는 일을 마주하게 되니 나의 부족함이 점점 크게 보인다.


처음 꽃 집에서 알바했을 때, 손님 받는게 너무 무서웠다. 아직 포장실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해서 불만족하고 돌아갈까봐 두려워서 일하는 시간에는 손님 오지 말라고 속으로 빌었다.


그래도 점점 적응이 되고, 예쁘다고 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먼저 꽃 추천도 해주게 되더라. 매출이 가장 높은 토요일에 근무 일정이 배정되면 전 날부터 얼마나 출근하기가 싫은지.


내 꽃 집을 오픈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약없이 온 손님들이 바로 문앞에서 두드리는데, 문 열기가 무섭더라. 그렇다고 돌려 보낼수는 없고.


고객이 앞에서 쳐다보고 있으니 부담감은 두배였다. 심지어 내 공간, 내 사업이라 더 잘해야했다. 포장하는데 손도 떨리고 목소리도 막 떨렸다. 오픈 한 지 2개월 정도 되니 스몰토크 정도는 건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아직도 떨린다. 플라워 테라피 클래스를  메인으로 하고 싶었는데, 3개월 차에 아직도 열지 못한 건 두려움 때문이었다. 나의 부족함과 모르는 사람에게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한  떨림. 아직 한 번도 안해봤기에 걱정이 앞섰다.


다들 이 나이에 사업을 한다는 것을 크게 봐주고 용감하다고 말하지만, 나에겐 아직 마주해야 할 두려움이 가득하다. 누구나 패기넘치게 도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묵묵히 이런 내 성향을 받아들인다.


마케팅도 좋고 브랜딩도 좋은데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내 실력이다. 실력이 없으면 아무리 장사가 잘 돼도 쳐 낼 수 없다. 사실 그래서 놓친 기회들이 많다.


지난 두 달은 왜 고객이 별로 없지라며 한숨을 쉬었는데, 내 실력에 그 정도가 왔던 게 적당했던 것일지도. 로드샵에 있었다면 과연 내가 다 쳐낼 수 있었을지. 실력은 빨리 늘었겠다만, 꽤 어려웠을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마주해야할텐데 일단 하는거다. 공부만 하면 실천력이 떨어진다. 클래스든 뭐든 해보고 피드백 받고 수정하자. 날카로운 지적에 쉽게 상처받는 나지만, 그걸 받아들여야 성장할 수 있으니.


나와 비슷한 길을 가는 분들께 많은 용기를 얻는다. 전문가의 기준은 누가 정한거냐며, 일단 냅다 하라고 해주는 사람들이 너무 든든하고 감사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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