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엄마는 홀로 길을 찾고 있었다.

by 쓰담지

우리에게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정말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세상은 성실히도 움직이고, 시간은 제 갈길을 쉼없이 간다. 우리도 그 속에서 일상을 살아야 했다.

약을 먹기 시작한 지 3주쯤 되었을 때였다.

처음에는 "빨리 알게돼서 다행이야. 그리고 가까운 병원에서 받을 수 있고 감사하다." 했다. 아직은 완치가 없는 병이기에 이렇게라도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엄마는 달라지고 있었다.

"몸이 묵직해."

약을 먹기 시작하고 가끔하시던 말의 빈도가 점차 늘었다. 자꾸 몸이 깔리는 느낌이 든다고 하셨다. 약을 먹는데 오히려 더 힘들다고.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힘이 없어서 일어나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엄마, 괜찮아?"

"응, 괜찮아. 아휴"

괜찮다는 말 뒤에는 힘에 겨운 숨소리가 덧붙었다. 엄마의 얼굴도 컨디션도 말과 달리 괜찮아 보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엄마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계셨다. 슬쩍 다가가 옆에 누웠다. 눈이 닿은 휴대폰 액정에는 파킨슨병에 대한 검색 기록으로 가득했다.

'파킨슨 약 부작용' '파킨슨 약 안 맞을 때' '파킨슨 병원 추천'

불청객과의 동행이 버거웠던 엄마는 혼자 알아보고 계셨다.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듯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눈물이 핑 돌았다.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엄마는 혼자가 아니니까. 우리의 작은 상처에도 전전긍긍하며 약을 발라주는 엄마를 홀로 분투하게 할 수 없었다.

"엄마, 많이 안 좋아?"

"아니, 다들 서울로 가보라고도 하고, 큰 병원을 가보라고 하는데, 뭐 다를 게 있나 그냥 보는 거야.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서 자."

괜한 후회가 밀려왔다.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엄마한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어느 날 저녁, 엄마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빠 킵장에 초롱아줌마 알지? 초롱아줌마 어머니도 파킨슨이래."

"아, 그래?"

"응. 그게 기억이나서 초롱이한테 연락을 했거든. 그랬더니 어머니도 진단받고 초반에 약이 안 맞아서 많이 힘드셨대. 근데 수소문해서 분당서울대병원 선생님을 만나고 훨씬 좋아지셨대."

엄마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섞여 있었다.

"나도 한번 가볼까?"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가보자."

"여기는 얘기해도 적응되면 괜찮다고 약도 안바꿔주는데. 못미더워."

"그래? 근데 멀지 않아? 분당까지..."

"괜찮아. 우리가 있잖아."

엄마는 잠시 말이 없으셨다. 그러다 작게 말했다.

"고마워."

그날 밤, 나는 분당서울대병원을 검색했다. 진료 예약 방법, 교통편, 진료 시간. 엄마가 혼자 검색하셨을 그 모든 것들을 나도 찾아보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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