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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듭스 Aug 13. 2021

상상다반사 想像茶飯事

그림 글 : 박형진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앞은 아파트, 뒤는 작은 산. 도시와 시골의 경계라고나 할까? 이 경계에서 여기저기 걷다 보면 급 생소하게 보이는 것들이 눈에 띈다. 어쩌면 흔하디 흔한 것들이지만, 순간 나에게만 생경하게 포착되는 것들 인지도 모른다. 집과 작업실이 한 건물로 되어 있는 지금의 환경에서 대체로 나의 하루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지만 속속히 들여다보면 매일매일 다른 하루가 나름 특별하기도 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늘어난 강아지들로 인해 숙명적으로 배변 산책을 해야 하는 나는 산책 중간중간 오른쪽 바지 주머니의 휴대폰을 꺼내 산책길에서 발견한 것들을 사진 찍는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보면 볼수록 색다르고 신기하며 기분이 좋아지는 것. 물론, 매일매일 그런 장면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산책길의 멍멍이들과 야옹이들 그리고 풀, 꽃, 하늘을 자세히 보고 있자면 매일매일이 새롭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상상다반사’의 순간을 포착한다.



상상다반사

想像茶飯事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일상 속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이면 반짝반짝 보석 같은 것들을 찾을 수 있다. 나는 그러한 것들을 포착한 후, 나만의 상상을 덧붙여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찾아낸 특별함을 뭐라고 지칭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오래전, ‘상상다반사想像茶飯事’라는 말을 만 들어보았다. 상상다반사는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를 재조합하여 새롭게 만든 말인데, 아직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는 의미의 상상(想像)이라는 단어와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는 등 일상의 흔한 일을 말할 때 쓰이는 다반사(茶飯事)를 결합하여 만든 말이다. 즉, 평범한 일상에 서 찾은 특별함에 본인만의 상상을 엮어낸 ‘자기만의 특유한 일상’을 의미한다.


* 상상다반사 想像茶飯事는 박형진의 개인전 (노화랑, 2004) 전시명이기도 하고, ‘상상다반사’ 연작 시리즈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 표지 사진은 박정인 작가님이 찍어 줌.


박형진作_ 상상다반사 想像茶飯事 - 친구_ acrylic on canvas_112x162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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