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트 조선 스페이스
*참고 : 전시 리뷰라기 보다는 선생님과의 추억담입니다~
오세열 교수님의 전시에 다녀왔다. 아트 조선 스페이스에서는 오세열, 김영리 작가님 두 분의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전시 제목이 특이한데… 두 분의 전시 제목 모두 ( ) 요렇게만 표기되어 있다.
전시 관람 후, 데스크에서 전시도록을 구입하면서, 직원분께 ‘이번 전시 제목은 어떻게 읽어야 하냐?’ ‘괄호 열고, 괄호 닫고 이렇게 읽어야 하냐?’ 고 물으니, 좀 당황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분께서는 ‘제목이 없다, 무제, 그런 식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라는 대답을 하신다. 무슨 말씀인지 알아는 들었지만, 내가 궁금한 건 저 제목을 소리 내서 읽을 때를 여쭤본 거라 쬐끔 아쉬운 대답이었다. 그렇담 방법은 한 가지… 작가님께 직접 여쭤보는 수밖에.
오세열 교수님은 대선배님이자 대학 4학년 때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창작실기 (졸업작품)를 지도해 주신 은사님이시다. 나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선생님께서 재직중인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게되어 몇 해 시간 강사를 했었다. 당시 기차를 타고 다녔는데,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마치고 나면 교수님 연구실에 들려 인사를 드리곤 했다. 교수님께서는 항상 밝은 모습으로 맞아주셨고, 따뜻한 차를 내주셨다. 미술대학 교수님의 연구실은 대부분 작품을 하는 공간이기도 해서 늘 선생님께서 진행 중인 작품들을 볼 수가 있었다.
…
연구실에는 커다란 캔버스 작품들과 아기자기한 여러 소품들이 있었다. 조그만 밥상, 소반 등 누군가에게 버려진 물건들을 오브제로 사용하시거나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놓으신 너무도 멋진 작품들로 가득했다. 자상하신 선생님께서는 매주 연구실에 들리는 제자에게 늘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언젠가는 내가 사는 집 (당시는 사과 과수원이 있는 집에 살았었다)의 일상에 관해 말씀을 드리니,
선생님께서는 코를 찡긋하시곤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거기가 천국이지?’하신다.
그런데 나는 그 말씀을 ‘거기가 충북이지?’로 잘못 알아듣고는 ‘아니요, 거기는 경북인데요!’ 하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ㅋㅋㅋ
선생님과 나는 한참을 웃은 기억이 있다.
선생님께서는 늘 개구쟁이 같은 눈빛과 표정으로 예술에 대해 삶에 대해 늘 따뜻한 말씀들을 해주셨다. 잠깐의 담소를 나누고 기차 시간이 다가오면 나는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연구실을 나왔다. 그러고 나서 기차를 탄 후에는 선생님께 문자를 드리곤 했다.
‘교수님! 저 기차 잘 탔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진 않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그래, 오늘도 수고했어! 다음 주에 봐!’ 요런 답문자를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사를 드리고 나왔으면 그냥 알아서 집에 가면 될 것이지… 굳이 기차를 탔다고 확인 문자까지… 거기에 자상하게 답문자를 주신 선생님!!
얼마 전 책상을 정리하다가는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연하장이 발견돼었는데 힘 있는 멋진 필체의 카드를 보면서 새삼 선생님도 나도 젊었을 때의 생각이 더욱 많이 났다.
대학을 다닐 때 여러 교수님들께서 지도를 해주셨는데 그분들 중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 오세열 교수님이시다. 자주 찾아뵙진 못해도 가끔 전화를 드리거나 전시회 때 찾아뵙는다. 지금처럼 건강히 오래도록 아프지 마시고 좋은 작품 하시면 좋겠다!!
아래 영상은 전시장에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