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듭스 Aug 27. 2019

 '어느 평범한 개의 하루'  

그림 글 : 박형진

나는 커다란 풀이 자라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 살고 있어요. 낮잠 자는 걸 좋아하고, 대부분은 친구들과 놀면서 하루를 보낸답니다. 친구들은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의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요. 하얗고 작은 ‘꼬꼬’, 솜사탕 같이 폭신한 ‘나비’, 눈덩이 같이 하얀 ‘흰둥이’, 등에 커다란 점이 있는 ‘바둑이’... 그리고 우리 마을의 귀염둥이인 작은 ‘아이’.

‘아이’와 나는 서로에게 그리 다정한 편은 아니에요. 아이는 자기 할 일을 하고, 나도 내 할 일을 하죠. 하지만 누가 뭐래도 우린 제일 친한 친구예요. 아이는 내가 목마 태워주는 걸 좋아하고, 내가 낮잠을 잘 땐 나뭇잎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하죠. 요즘 나는 아이의 머리 위에서 낮잠을 자주 잔답니다. 아이의 까만 머리는 부드러운 양털 못지않게 따스해요.
 
아이는 부지런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풀잎’에 물을 줘요. 아이가 키워 놓은 풀잎들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아이는 커다란 풀잎을 안아주기도 하고 풀잎 사이에서 친구들과 놀이도 해요. 숨바꼭질을 하며 신나게 놀고 난 후엔 풀잎에 기대서 낮잠을 자곤 하죠. 그럴 땐 나도 슬그머니 졸음이 와요.
 
아이는 작은 선인장 ‘까칠이’와 고무나무 ‘뺀질이’를 보살피는 일도 잊지 않는답니다. ‘까칠이’는 아주 가끔 물을 줘야 해요. 평소보다 조금만 많이 주면 바로 성깔을 부립니다. ‘뺀질이’는 이파리를 반짝반짝 닦아주면 아주 좋아해요. 금붕어 ‘반짝이’가 자라는 둥근 어항은 아이의 보물 1호입니다. 물이 쏟아지지 않게 조심조심 어항을 들고 나와 ‘반짝이’와 산책을 하지요.

나는 가끔 ‘친구’들을 안아줘요. 살포시 안으면 정말 따뜻해요. 말이 필요 없죠. 하루 종일 아무 말 없어도 나는 친구들이 좋아요.





#위의 글은 ’다숙’이라는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하여 2009년 써 놓은 글이다.

언젠가는 그림과 함께 엮어 책으로 만들어볼 예정.

그렇게 생각한 게 벌써 10년이나 지났다;;;; >..<a

스스로 기획하고 작업하여 책을 만든 모든 분들께 존경의 박수를!!!




매거진의 이전글 8월의 크리스마스_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