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식물이 좋다. 그보다는 생기 있는 것들이 좋다. 살아있는 것들. 변주와 변화가 있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애정 있는 사람에게는 눈에 띄는 에너지. 사물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사람이 제일 좋기는 하다.
- 2021. 06. 28의 일기
작가의 말
치기 어린 시간에 글을 쓰고 싶었다. 써내지 않으면 참아지지 않았다. 사랑의 비극, 유년의 아픔, 현재의 불안이 쓰였다. 쓰였다 지워졌다.
무딘 오늘에 다시 노트북을 켰다. 사랑의 비극, 유년의 아픔, 과거의 불안을 회상했다. 그러나 그것들에 대해서 더 이상 쓸 것이 없었다. 희미해졌다. 희미한 것은 치열하기도 했다. 서로의 경계를 긋는 듯 아닌 듯 뭉개지고 섞인다. 모호한 형상들이 싸운다. 음성은 문자로 변하고 문자는 모양과 순서가 바뀌어 돌아다닌다. 나는 이 희미한 기억들을 바라보다 이 치열함이 아름답다고 문득 생각한다. 아름답다고 전한다.
바라 왔던, 그린 같은 마음. 이제는 쓸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지움 끝에, 그린 마음들을 전하려고 한다. 나의 성장을 도와준 애정하는 녹색과 그림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