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 애기 엄마다. 5살 3살 아이를 키운다. 결혼하고 대학에 가서 두 아이를 낳았더니 동기들은 벌써 졸업했는데 나는 아직 3학기가 남았다. 전적대 학번은 02학번이고 지금 대학은 15년도에 입학했다. 전적대에서는 막 컴퓨터가 대학교에 도입되는 시점이라서 종이에 적어내서 수강 신청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컴퓨터가 급속도로 들어와서 수강신청도 컴퓨터로 하게 됐다.
15학번인 지금의 학교는 심지어 출석도 모바일로 한다. 교수님이 번호를 화면에 띄우면 출석한 학생들은 모바일 출석체크로 그 번호를 입력한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바로 출석 여부가 화면에 뜬다.
요새는 과대가 앞에 나와서 얘기하지 않는다. 단톡 방에서 중요 내용을 공지하고, 의견을 모을 때도 단톡방에서 투표로 결정한다. 조금 소주제에 대한 의견 모음이 필요하면 필요에 따라 오픈카톡방이 주소로 뜨고 필요한 사람은 그 방에 입장하면 된다.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참 오래도 학교를 다니다 보니 대학교 생활에 대한 노하우가 거의 암모나이트 화석급으로 축적되고 있다.
오늘은 대망의 수강신청 날이다. 내가 다니는 과는 약학과라서 사실 거의 모든 과목이 고등학교 시간표처럼 이미 짜여 있다. 그래서 수강신청이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약학 실습은 오전반, 오후반 2가지가 있다. 이번 학기에는 유레카처럼 금요일에 실습이 잡혔다. 그 말인즉슨 금요일 오전반을 수강 신청하게 되면 금요일 오후부터는 자유의 몸이라는 말씀. 게다가 또 한 번의 유레카가 있으니. 월요일이 완전 공강이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까지 자유의 시간~~~ 정말 짜릿하지 않은가. 애기 엄마도 애기 엄마가 아닌 싱글 친구들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시간표다.
오늘 오후 2시에 수강신청이 시작된다. 단 1분도 안 되어 결정되겠지만 이미 2시 20분 전부터 컴퓨터 앞에서 2시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이 얼마나 낭비적인 행위인가 싶기도 한다. 어차피 수강신청은 2시 정각에 열릴 텐데. 그렇지만 마음의 준비란 것이 있다. 수강신청 홈페이지를 열어보면서 화면에 익숙해지고 클릭에도 익숙해지고. 내가 해야 할 행위를 마치 미리 레시피를 보고 요리를 상상하는 것처럼 그려봐야 한다.그래야 조금의 실수도 없이 수강신청에 성공할 수 있다.
공부하는 애기 엄마가 갖는 수강신청의 2가지 의미
애기 엄마에게 수강신청은 자유의 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시부모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아이들 등 하원을 도와주신다. 평일에는 우리 집에서 함께 생활하시고 주말에는 본가에 돌아가신다. 금요일에 내가 일찍 올 수 있으면 시부모님은 금요일 아침 등원만 시켜주고 집에 돌아가실 수 있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금요일 밤늦게 도착한다면 시부모님은 꼼짝없이 금요일을 아침 등원 몇 시간, 하원 몇 시간을 해주기 위해 아들 집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셔야 한다.
금요일 하루를 더 봐주시고 안 봐주시고에 따라서 부모님에게 드리는 액수에 변함이 있는 것은 아니나 마음의 빚이란 것이 생긴다. 그래서 금요일 오전 수업을 나는 꼭 신청해야 한다.
과의 특성상 애기 엄마들이 많이 있다. 친구들도 나와 나이도 비슷하고 애기들 나이도 거의 같다. 나처럼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아기 키우기도 하고 도우미 이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키우는 친구들도 있다. 금요일 오전 수업의 신청에 성공한다면 금요일 오후 등원 비용이 안 들어도 될 것이다.
1. 첫번째 의미 : 돈
애기 엄마의 수강신청으로 여러모로 돈이다. 내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봐줘야 하고 그것은 마음의 빚이든 실제의 빚이든, 돈이 드는 것이다.
오후 1시 59분부터 수강신청란을 계속 클릭한다. 클릭할 때마다'수강신청 기간이 아닙니다'라고 뜨지만 그렇다고 2시 정각에 하면 늦을 수가 있다. 왜냐면 대기인원이 몇 천명이 되기 때문에 2시 정각에 했다가는 실제 접속 시간은 2시로부터 몇십 초가 지난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레카!! 1시 59분 00초부터 클릭을 계속하다가 어느 순간 접속이 됐다! 가장 먼저 실습과목을 수강 신청했다! 결과는 성공!!
이번 학기의 삶의 질이 갑자기 올라간 느낌이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까지 자유라니. ㅎㅎㅎ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학교 다닐 때도 필요해서 얼마 전에 노트북을 새로 샀는데 빠른 노트북 덕분에 수강신청에 성공벌써 제값을 다 한 기분이다.
2. 두 번째 의미 : 추억
애기 엄마에게 수강신청은 돈이기도 하지만 추억이다. 우리 아기들은 사실 이제까지는 너무 어려서 많이 돌아다니질 못했다. 밖에 나가면 너무 힘드니깐 주로 집 근처 키즈카페나 집에서 놀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 꼬물이들이 조금씩 수월해짐을 느낀다. 아마 둘째가 기저귀를 떼고 첫째가 스스로 화장실을 가게 되면 정말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까지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마 이번 학기에는 아이들과 추억을 쌓는 여행을 몇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과는 달리 주말에 시달려서 월요일에 신난 마음을 감추고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제는 혼자의 몸이 아닌 애기 엄마의 삶. 게다가 대학생이 된 애기 엄마는 애기와 항상 붙어있는 스케줄 속에서 공부하기 위한 시간을 내기 위해 결국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그래서 애기 엄마에게 수강신청은 단순하지 않다. 30대 학생 맘에게 수강신청은 돈이고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