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학군지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학군~ 학군~’할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마치 아이들의 인생이 성적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부모의 욕심으로 들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약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학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초시 때 나는 내가 졸업한 대학원 연구실에서 혼자 공부했다. 주위에 피트 수험생은 없었다. 홀로 준비하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싸우려고 해도 상대를 알아야 대비가 된다. 혼자 공부하다 보니 어느 정도 준비해야 싸움에서 승산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재시 때는 학원을 간 것이다. 학원에서 나보다 어린 동생들이 하루 종일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아 이렇게 공부했어야 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학원이라는 공간에 와서야 내가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하는지를 감을 잡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학생 중에서 단 10명밖에 합격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들은 이상, 내가 최소한 쟤보다는 더 오래 공부해야 승산이 있었다. 도저히 공부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학원 안에 독서실이 있었는데 엉덩이가 진짜 무거웠던 커플을 보면서 감탄하고 반성했다. '쟤네는 커플인데도 데이트도 안 가고 저렇게 하루 종일 앉아만 있네~ 얼마나 놀고 싶을 텐데 그걸 참고 공부하는 걸까~ 아마 얼마 안 가서 데이트한다고 점점 안 보이겠지~'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나라면 분명히 그랬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그 커플은 언제나 독서실을 마지막 문다는 시간까지 지켰다. '독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집에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었다.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있으면 나도 모르게 '더 해야겠다. 쟤네도 하는데 나도 해야지. 쟤네도 하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없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계속 자극을 받으며 엉덩이 힘이 키워진다.
학원에서는 서로 물어보기가 좋다. 매주, 매달 테스트를 보기 때문에 누가 공부를 제일 잘하는지 알 수 있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걔한테 물어보면 된다. 모르는 걸 알게 되는 것도 좋지만, 제일 똑똑한 애니깐 내가 약대 가려면 쟤만큼은 공부해야 하고, 쟤만큼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 보니 조교님도 있고 강사님도 있어서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다. 나는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물어보고 해결해야 다음 스텝을 갈 수 있는 성격이다. 그래서 궁금한 것들을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좋았다.
시험 막바지로 갈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는 스터리를 활용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수업보다는 자습시간이 길어지면서 루틴이 깨지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나 더 공부해야 할까, 잘하고 있나'라는 불안함이 올라온다. 그때 스터디를 하면 도움이 된다. 초시 때 스터디원들이랑 너무 친해져서 오히려 공부에 안 좋았기 때문에 재시 때는 사람들과 사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학원에서 스터디를 만들었을 때는 정말 공부만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화학 문제집 10일 완성” 이런 식으로 스터디를 짠 것이다. 10일 동안 화학 문제집을 1 회독하기 위해 매일 풀어야 할 문제 개수를 정하고 그걸 매일 푼다. 여기까지는 각자 숙제다. 모여서 하는 일은 그 문제를 복사해와서 쫙 풀고 맞은 개수, 틀린 개수를 세서 벌금을 낸다. 벌금은 미리 낸 보증금에서 까는 제도다. 이런 방법으로 하면 다 같이 모여서 하는 스터디는 단 10분 만에 끝난다. 혼자 공부하면 늘어지기 십상이지만 함께 딱 집중해서 10일에 화학 문제집 1 회독을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을 자주 활용했다. “생물 기출 10일 완성” “물리 문제집 일주일 완성” 이런 식으로 말이다. 스터디원들이랑 사담도 없이 문제만 풀고 벌금 매기고 헤어졌다.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보관하고 있던 보증금을 나눠주고 모인 벌금은 사람 수대로 나눠줬다. 학원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만약에 혼자 공부하다가 이렇게 스터디원들을 만나려면 장소와 시간을 따로 정해서 거기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등, 이런 비용이 발생하지만 학원 안에서 하면 그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내가 학군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게 된 것은 면접 준비를 위해 훨씬 큰 대형학원에 간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전 학원에서도 내가 얻을 이익을 학원에서 충분히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학원에 가자 나의 생각이 와장창 깨졌다. 바로 학원 벽면에 붙어있는 학생들의 피트 점수를 보고 놀란 것이다. 내가 다녔던 학원에서는 기껏 10명도 약대에 가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 학원에는 합격할 점수를 받은 아이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 벽면을 보고 나는 한방에 깨달았던 것 같다. “아 이래서 학군~학군~하는구나~” 그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워낙 많다 보니 당연히 잘하는 애들도 많고, 못하는 애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주위 사람으로부터 자극을 잘 받는 성향이라면, 이 학원에서 나보다 잘하는 수많은 학생을 보면서 좋은 자극을 받았을 것 같다. 나보다 월등한 다른 수많은 학생들을 보면서 내가 올라갈 곳이 저렇게나 한참이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고, 나도 노력하면 저만큼 갈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받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나의 성향도 한몫을 한다. 며칠 전에 아이를 키우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친한 동생을 만났다. 그 친구와 함께 시험 합격한 팁들을 서로 나누는데 우리 각자가 너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학원에 가서 함께 공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 반면, 동생은 학원 가지 말고 인강으로 혼자 공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받고 더 해야지 더 해야지 하는 성향이고, 동생은 비교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성향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속도대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학원을 다니면 강사와 안 맞으면 힘들지만 인강은 강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와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다.
동생과 만나고 나서 내 생각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나와 같은 성향인 사람들에게는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 이왕이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많은' 곳에 가서 공부하기를 권유한다. 이것은 수능이 아니라 약대 입시처럼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시험이라서 더욱 그러하다. 고등학교는 수능 외에도 친구들과의 관계, 나의 진로탐색 등의 여러 가지 경험을 해야 하는 곳이지만 단기간에 합격, 불합격이 결정되는 시험을 준비할 때는 이왕이면 그 시험계의 '학군지'에 가라고 권유하고 싶다. 나는 약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학군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깨졌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적극적인 생각을 갖게 된 것이 큰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