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분들이 약대 입시를 준비하려고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직장 병행을 해도 될까요?'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불가능하다. 내 주위의 30대 중에 직장 병행하여 약대에 합격한 사람은 없다. 다른 학교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듣지는 못했다. 없는 길을 개척하겠다고 하는 정신은 시험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길을 따라가는 것이 결국 돈과 시간을 아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30대가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합격하지 못했을 때의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경력 단절이 생기고 공부하는 동안에 돈을 벌지 못한다. 그리고 시험공부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 30대라면 맞벌이해서 생활비도 벌고 대출금도 갚고 있을 텐데, 약대 입시 준비한다고 회사를 관둘 때의 파장이 20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결혼하지 않은 30대도 마찬가지다. 시험공부하다고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모든 게 합격이 보장된다면 해결될 고민이지만 합격할지 못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안 그래도 늦은 나이, PEET 시험 자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말 공부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은 시간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시간을 갖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길이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정말 원하는 길이 맞다고 결론 내린다면 그 다음부터는 오히려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게 내 꿈이라면 기회비용으로 나의 꿈을 재단할 수 없다. 회사도 관두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공부를 시작할 결심이 서는 것이다. 몇 년이 걸릴지라도 그 과정조차 내 꿈을 위한 아름다운 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내 꿈이 맞는지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없다면 직장을 관두지도 못하고 직장 병행하면서 공부해보다가 결국 시간낭비, 돈 낭비하게 될 수가 있다. 물론 그 과정도 의미는 있을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해보았더니 결국 내가 다니는 직장이 최고이고 감사하며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약대에 합격했을 때 우리 남편도 약대 입시 공부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그래서 약사 출신 강사님에게 내가 여쭤본 적이 있다. 강사님이 권유하면 우리 남편도 약대 입시 공부시키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분의 대답이 의외였다. 1~2년 안에 붙는다는 보장도 없고 막상 들어갔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게 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오히려 큰일 난다고… 지금 직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답변을 주셨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직장생활이라는 게 발전시킬 만한 것이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있었고 수업시간에는 약사라는 직업이 좋다고 하시더니 왜 저렇게 답변하시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씀이 이해가 된다. 약대에 가고 싶다고 공부하는 사람은 많지만 합격하는 사람은 정말 일부이다. 수년째 공부만 하느라 청춘을 다 보내는 수많은 학생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시부모님에게도 공부하겠다고 남편이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시부모님은 반대를 하셨다. 집안에 약사가 두 명이 될 필요는 없고, 지금 하는 일을 발전시키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셨다. 의외로 남편은 한 번의 대화로 설득이 되어 약대 입시에 대한 생각을 싹 접었고, 직업을 발전시키려고 다른 공부를 시작(했다 말았지만)했다. 나와 많은 대화를 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사람인 줄 몰랐다. 한편으로는 정말 약사가 되어야겠다는 확고한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확고했다면 부모님을 설득했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설득을 당한 것이다. 사실 우리 남편은 자기 커리어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약사라는 직업이 좋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직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얘기들을 해주시자 정말 그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방향을 튼 것이다.
우리 남편처럼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은 시점에 다른 직업이 더 좋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저걸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약사는 내가 정말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이왕 내가 터닝포인트를 만든다면 돈도 잘 벌고 전문직인 직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에 한뻔쯤 고민해보는 직업인 경우가 많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 보는 것은 30~40대 삶에서 어떻게 보면 꼭 해야 하는 고민이다. 자기계발 강의를 들으러 다니면 50대에도 여전히 내 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30~40대에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 삶의 후반전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경우는 26살에 퇴사한 후에 여행을 하고 아프리카에 살면서 나 자신과 대화할 시간이 정말 많았다. 정해진 길을 가지 않고 내가 선택해서 가야 하는 비직장인의 삶이었기 때문에 이 길이 맞는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길인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따져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약사라는 직업을 알았을 때 결정이 빨랐던 이유는 그동안의 내 경험과 생각이 쌓여있었고 나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해놓았던 덕분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빅데이터가 쌓이면 그다음부터는 수월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약사라는 직업을 해야겠다는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나와의 대화와 경험에서 빅데이터를 쌓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약사가 내 꿈인 줄 알았지만 오히려 나는 약대생이 되고 나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꼭 약사가 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작가도 되고 싶고 유튜버도 되고 싶다. 약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것만이 정답인 줄 알았는데 나에 대한 빅데이터가 더 쌓이고 빅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을 계속 키워가다 보니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약대 입시를 준비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는 30대라면 지금이 내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선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약대 입시 때문에 블로그를 통해 많은 질문을 받는다. 질문자의 태도만 봐도 이 사람은 합격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지 아닌지가 판단이 된다. 어떤 사람은 굉장히 확고하다. 이미 어떻게 준비하겠다고 마음이 선 상태인데 그 와중에 생기는 작은 의문들에 대한 답이 필요해 내게 질문을 한다. 어떤 사람은 총체적인 난관에 처해있다. 공부는 하는데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가 공부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을 하며 내게 위로를 바란다. 개개인의 고민의 크기도 다르고 함부로 그 사람의 인생을 재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없을지로만 판단을 해본다면 위로를 받으려는 사람보다는 확고하게 마음이 선 사람이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을 한다. 내 글을 읽는 사람도, 약대 입시를 고민하는 사람도 결국은 얻고자 하는 것이 동일하다. 약대에 합격하고 싶다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내길이 맞다는 확고한 결단이 서야 한다. 그것이 시험의 최우선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