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보다 남편이 좋다

by 차차약사

결혼하면서 아이가 생기면 공부에 큰 복병인데, 결혼’만’ 한 상태는 공부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결혼식을 10월에 하겠다고 못 박고 3월부터 초시를 준비했었다. 지금의 남편은 그때도 내가 공부할 수 있게 배려를 많이 해줬다. 가장 중요한 신혼집도 혼자서 보고 와서 나에게 브리핑을 해줬다. 데이트는 내가 공부하고 있는 곳으로 와서 함께 밥을 먹는 정도였다.


남자 친구가 결혼 준비도 혼자 할 정도로 배려해줬는데 첫 시험에서 정말 망했다. 그래서 결혼식을 하고 다시 한번 이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남자 친구는 남편으로 바뀌었다. 남자 친구였을 때는 사는 곳이 달라서 일부러 시간을 맞춰서 만나야 했는데 남편이 되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데이트 약속을 잡을 필요 없이 집에 가면 항상 남편이 있었다.


두 번째 시험공부는 학원에 다니면서 했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곳이었다. 공부하는 동안 외롭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가 수험생에게 찾아올 때가 있는데 나는 남편의 존재 덕분에 그런 시간들을 슬기롭게 넘길 수 있었다. 보통은 학원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트면서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중 한 면이 오늘 힘들어하면 잠깐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맛있는 것을 먹기도 한다. 그리고 너무 힘들다 그러면 학원 끝나고 얘기를 들어주다가 잠깐 맥주 한 잔도 하게 된다. 그런데 친구관계라는 것이 일방적일 수가 없다. 내게 베풀어 준 만큼 나도 돌려줘야 한다. 그렇게 한 명씩 돌아가며 슬럼프라도 오게 되면 친구들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가 있다. 서로서로 힘든 얘기 들어주거나 서로서로 힘 내자며 맥주라도 마시게 되면 말이다. 이건 내가 상상해 본 학원에서의 친구들 관계이다. 내가 초시 때 학원은 안 다녔지만 함께 스터디했던 사람들과 이렇게 자주 놀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학원을 다니면서 절대 친구를 사귀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고 시험 직전에 자주 했던 스터디도 서로 진도 체크만 하고 바로 공부하러 갔다. 딱 한 번 점심을 같이 먹은 적은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나는 원래 친구 사귀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로부터 영향도 잘 받는다. 그런 내가 오직 공부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남친이 아닌 '남편'의 존재 덕분이다.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은 내가 어느 상태인지 항상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공부하다가 힘들어서 마음을 털어놓아도 항상 잘 이해해 줄 수 있었다. 친구가 아닌 가족이었기 때문에 내 얘기를 들어준 만큼 나도 감사함을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이 친구의 얘기도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내 편이 생긴 것이다.


주말에도 데이트 약속을 따로 잡지 않아도 돼서 참 편했다. 어차피 먹어야 되는 밥인데 항상 같이 먹을 사람이 있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해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기분 전환도 하고 남편이랑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에너지도 채웠다.


그리고 결혼하고 나니 남편의 월급을 내가 합법적으로 (?) 사용해도 되어버렸다. 그때만 해도 돈 개념이 없기도 했지만 돈 생각하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환경을 만들자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남편의 월급으로 밥값 생각 안 하고 먹고 싶은 거 사 먹고 커피도 사마셨다. 결혼하면 경제공동체가 된다고 하는데 남편은 벌고 나는 쓰는 그런 경제공동체가 되어서 결혼한 상태가 나는 공부하기에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었다.


블로그를 통해 결혼한 사람들도 내게 질문을 많이 한다. 그때마다 내가 하는 얘기가 있다. 결혼한 상태가 공부하기에 아주 좋은 상황이라고 말이다. 물론 여기서 아이가 생기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나는 어쩌다 운이 좋게 결혼 직전에 이 시험을 알게 되어서, 결혼하면서 남편의 좋은 혜택(?)을 누리면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결혼한다는 것은 바퀴가 함께 굴러간다는 것과 같다. 두 바퀴 모두 튼튼하면 좋지만 어느 시기엔 한 바퀴가 조금 힘이 빠지더라도 다른 바퀴의 힘으로 굴러갈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바퀴가 새롭게 바뀌게 되면 그 힘으로 다시 수레를 굴릴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만 결혼을 해보니 그렇다. 배우자 한 명이 터닝포인트를 만들 동안 내가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지원을 해 준다. 그리고 다음에 내가 어떤 변화의 시기가 필요할 때는 다른 배우자가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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