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엄마 3가지 유형

by 차차약사

내가 약대에 입학했을 때 30대 여자들이 약대에 다시 들어온 계기는 3가지였다. 첫 번째 계기는 출산과 육아, 두 번째 계기는 결혼, 마지막은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 또는 건강이나 직장이전 등의 문제로 이 시험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이다. 30대 엄마로서 대학에 다니는 일상을 SNS에 소개하고 있다 보니 아이 엄마들이 질문을 많이 한다. 아이 키우면서 어떻게 공부했는지 궁금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두 번째 경우인 결혼을 계기로 시험공부를 한 사람으로서 아이가 없을 때, 오히려 공부하기 좋을 때 시험공부를 했다. 내가 볼 때 아이 엄마는 공부하기 가장 힘든 조건인 것 같다. 그리고 아이 없이 결혼한 상태는 오히려 공부하기 유리한 조건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아이 엄마에게 직접적으로 조언해 줄 수는 없고, 친구들의 경우를 예로 들어 조언해주고는 한다.



엄마이면서 공부하고 약대에 들어온 경우도 크게 3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공부하는 엄마' 첫 번째 유형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다. 친정 부모님이든, 시부모님이든 아이를 전적으로 맡아서 돌봐주실 부모님이 함께 산다면 공부를 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찾기 때문에 하루 종일 공부만 할 수는 없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단점은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 종일 공부만 할 수는 없는 환경이다. 장점은 그만큼 ‘집중’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공부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공부하러 나와서 오늘 집에 들어가야만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때 아무래도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이건 엄마가 되면 느낄 수 있는 건데... 사실 공부보다 육아가 힘들다. 그래서 나도 학교 시험공부할 일이 있을 때 오히려 집중이 잘 되더라. 집에 가서 아이 보는 것보다 쉬우니까^^; 엄마가 강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공부하는 엄마' 두 번째 유형은 시터를 쓰면서 공부하는 경우다. 이건 사실 많이 보진 못했다. 아니 내 동기 딱 한 명만 봤다. 이 친구는 정말 대단하다. 공부도 잘하지만 독립심도 강하다. 피트 시험공부할 때도 가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시터를 고용해서 공부했다. 이게 말로도 쉽지 않지만 현실을 알면 더욱 쉽지가 않다. 가족과 다르게 시터는 정해진 시간에만 아이를 봐주고, 아이에 대한 책임감은 여전히 엄마에게 고스란히 있어서 엄마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시터가 갑작스럽게 그만두기라도 하면 다시 시터를 알아봐야 하고 아이와 시터가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내 친구는 약대에 입학하고 나서도 학교 앞에 이사 와서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서 아이 어린이집, 유치원 보내면서 학교를 다녔다. 학교 다니는 내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친구를 보면서 마음먹으면 하지 못할 것도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하는 엄마' 세 번째 유형은 아예 손이 좀 덜 갈 만큼 아이들이 컸을 때 공부하는 경우이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유형은 아이들이 모두 신생아로 어렸다. 그때는 아이에게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시기라서 누구의 도움 없이 공부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이가 좀 더 크면 손이 덜 가기 때문에 그 시기에 공부해서 약대에 입학한 언니들이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아이가 커도 아이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아예 중고등학생이 아닌 이상 말이다. 한 언니는 새벽부터 공부했다고 한다.




내가 아이 키우며 피트 시험공부한 줄 알고 질문하는 분들에게 나는 위의 경우를 들어 얘기한다. 결국 우리는 시간 많고 팔팔한 20대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그 학생들만큼 시간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하루는 둘째 낳은 지 얼마 안 된 엄마가 피트 시험공부를 하고 싶은데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상담을 요청했다. 부모님이 가까이 사신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는데 아주 멀리 사시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둘째는 친정에 맡기고, 첫째는 시댁 가까이 살면서 육아 도움받으면서 공부할까 싶은데, 그러면 공부하는 내내 둘째를 보기 힘들고 첫째와 둘째도 떨어져 있어야 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그 엄마였어도 많은 고민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엄마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복 받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친정이 멀리 사는 것만 빼면 오히려 친정이나 시댁 모두 육아를 도와주실 의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 앞에서 시험공부 시간 확보가 가장 중요하고 돈은 부차적인 문제다. 아예 주말부부로 살면서 친정 도움을 받아가며 공부하는 방법, 아니면 시댁 도움을 받되 친정만큼 도움이 어렵다면 나머지 시간에는 시터를 써서라도 공부를 하라고 조언했다.


한 엄마는 부모님의 육아 도움을 받기는 는데 죄송해서 오래 못 맡기겠다고 그랬다. 그러면 시터를 더 써서 공부시간을 확보하라고 얘기한다. 아이 엄마라서 아이에 대한 책임감, 죄책감,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때문에 공부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엄마들의 경우를 많이 본다. 아니면 아이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보낸 시간 동안 공부하고, 아이들 재우고 공부한다는 엄마들도 본다. 하지만 아이들이 없다고 그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건 엄마들이라면 모두 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 있지만 나는 저녁 준비도 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집안 정리도 해야 한다. 심지어 오늘 사야 하는 기저귀에 대해 생각하느라 머릿 속도 복잡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하는 게 절대 쉽지 않은 이유이다.


시험공부 방법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차라리 돈을 써서라도 공부시간을 확보하고 빨리 합격하는 쪽으로 목표를 잡으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혼자서 홀가분히 공부할 수 없는 엄마라는 조건,,, 빨리 합격하는 게 아이를 돌봐주시는 부모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할 때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도 내려놓으라고 한다. 시험공부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모를까, 어차피 마음을 먹었다면 그런 죄책감, 죄송함을 갖는 것은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공부하는 게 더 낫다.


최근에 만난 친한 동생은 두 아이 엄마로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이 동생은 나와 생각이 전혀 달랐다. 엄마라는 여건이 어차피 공부만 할 수 있지가 않으니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로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동생의 말도 일리가 있다. 내가 엄마인데 어차피 20대 학생들처럼 하루 종일 공부할 수만은 없다. 그러니깐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합격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나와 내 가족의 리듬에 맞춰 공부하는 것도 공부하는 엄마로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선택한 뒤에야 겨우 책상 앞에 앉아볼 수 있는 '공부하는 엄마'의 여건... 때로는 힘에 부칠 것이다. 그렇지만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만들겠다고 시험에 도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엄마여서 강해진 정신력도 가지게 됐다. 좋은 점만 보고 해 보자. 엄마여서, 엄마여도 합격해서 대학 다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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