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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쎈쓰 ssence May 14. 2016

유럽이라 부르고,  
스페인이라 읽는다.

알짜배기 도시, 세고비아

마드리드 여행을 갔다 와 본 사람이라면 근처에 가 볼 만한 곳으로 2 곳을 꼽는다. Toledo와 Segovia다. 물론 좀 더 멀지만,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유명한 Salamanca도 있다. 패기 넘쳤던 결정으로 우린 3 곳을 다 가자고 했으나 현실적인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어 결국 그중 한 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가장 볼거리도 많으면서 싸게 갔다 올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했을 때, 답은 SEGOVIA! 였다.


렌페를 타고 대략 2시간을 여행해서 우리는 세고비아에 도착했다. 한국으로 친다면, 서울에서 춘천 가는 느낌일 것이다. 처음 렌페를 타는 설렘에 우린 일찍부터 나와 이번만큼은 돈을 아끼고자 무겁지만 과일도 가지고 가서 간식을 줄이자는 신념 하에 여행을 떠났다. 스페인의 장점은 어딜 가나 땅은 초롷고 하늘을 푸르다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빌딩 숲이 아닌 정말 초원이 늘 눈 앞에서 펼쳐졌다. 그렇게 도착한 세고비아에서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나이 드신 할아버지셨다. 기차역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간 다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두리번거리다가 갑자기 낯선 할아버지 한 분께서 내 손을 잡으신 채 스페인어를 하기 시작했다. 난 친구에게 S.O.S를 쳤고, 친구는 그제야 버스 정류장 팻말에서 눈을 떼고 내게로 왔다. 알고 봤더니 할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친절하게 어디부터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알려주셨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계속 이상한 할아버지로 경계했었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렇게 할아버지가 알려주신 대로 Segovia에서 유명한 Aqueduct보다는 가장 위에 위치한 Alcazar 성부터 보기로 결정했다. 버스를 탔을 때 우린 새삼 또 좋은 날씨에 감사했고, 생각보다 작은 도시였기에 목적지에 10분 내로 도착했다. 내린 후, 우리가 한참 서성이고 있을 때, 같이 탄 부부가 우리에게 길을 알려줬다. 마침 그들이 사는 동네도 그 근처라며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길을 가다 마주한 성당에 굉장히 크게 감탄하자, 부부는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며 알려주고는 쿨하게 떠났다. 우리가 한참 사진을 찍고 서야 그들이 떠났다는 것을 알아챘다. 성당 안을 들어가서 구경해볼까 했으나, 차라리 그 돈으로 성을 구경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외관만 감상한 채로 다시 길을 걸었다.


꽤 길을 걸어가다 보니 우리가 그렇게나 애타게 찾았던 Alcazar 성이 있었다.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디즈니의 trademark인 그 성과 비슷하게 생겼다.
Alcazar 성 주변 파노라마 사진

성 안을 들어가기도 전에 리는 흥분했다. 광활한 지란 이런 거구나 체감하면서 최대한 많은 광경을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성으로 가는 길에 조경이 상당히 잘 되어 있었다. 게다가 좌우로 탁 트인 전경은 마음마저 탁 트이게 만들었다. 줄곧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던 지라 더 설레었다. 처음 우리는 학생이라면 티켓을 살 필요가 없다고 듣고 당당하게 들어갔으나, 입구에서 경비원들이 가로막고서는 티켓을 사 오라고 했다. 티켓 판매는 성 입구 근처에 따로 건물이 있는데, 우리가 어느 웹 사이트에서 보기를 학생은 공짜라던데 하며 읊조리자 단칼에 그 웹사이트가 이상하다며 우린 그런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 붙이기를, 만일 티켓 값이 없다면 어떻게 유지 가능하냐며 오히려 우리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결국, 우린 기어가는 목소리로 티켓 두장을 요구했다. 값은 그리 비싸지 않았으나, 왠지 공짜로 알고 왔다가 지불해야 하니 조금 억울했던 것은 있었다. (전체 관람료는 7.5유로, 부분 관람료는 5.5유로)


우여곡절 끝에 성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인 갑옷, 투구 등 다양한 군장들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나오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흥미로웠다. 또한, 천장에는 무슬림 문화를 또렷이 볼 수 있는 문양(무데하르 양식)들이 신비로웠다. 게다가 저 의자에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 1세 등 수많은 가톨릭 왕가들이 앉았다는 말에 여태 잘 보존하고 있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단지 안달루시아 지방에만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했던 무슬림 문화가 요소요소에서 드러나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또한, 세비야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성을 마드리드 근처에 옮겨 놓은 곳으로 어쩌면 무슬림 지배 하에 받았던 문화적 변화도 고스란히 가져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카펫? 과 비슷한 곳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정작, 그림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으나 귀동냥으로 들은 정보에 의하면, 그림을 더 오래 보관 가능해서 그랬다고 한다. 무기고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볼 수 있었는데 같이 들어왔던 중국 관광객들이 만지지 말랐는데 계속 만져서 성 안팎으로 비상벨 비스므레한게 울리면서 보관품에서 떨어지라는 경고음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렇게 우린 절대 만지지 말자는 다짐을 하면서 나라 망신은 시키지 말자고 약속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끝낸 성 투어는 오히려 기념품샵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걸 살까 저걸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다른 곳에서 더 좋은 것을 사자고 하며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그렇게 성에서 나와 우리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간식이라도 먹자 하며 근처 벤치로 가서 앉았다. 호스텔에서 아침으로 주는 과일을 가져와서 먹고자 했으나 밑에 사진을 찍고 한 입 베어 물고 떨어트리는 바람에 결국 성 입구에서도 사진을 몇 컷 찍지 못하고 재빠르게 내려왔다.    

간식으로 가져간 사과
외부 수리 공사 중이었던 Alcazar

내려오는 길에 다시 마주한 성당은 외관적으로 이목을 끌었으나 배고픈 우리였기에 후다닥 지나쳤다. 주변에 음식점이 많았으나 성당 근처에 위치한 음식점은 꽤나 비싸 보였다. 근처에 5성 호텔이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결국, 우린 더 밑으로 내려가서 저녁 즈음에 보자고 했던 Aqueduct 부근까지 오게 되었다.

 내려가는 길에 발견한 저 건물은 파인애플같이 생기기도 했고, 바르셀로나에 있는 Casa Mila 같이 생기기도 해서 한 장 찍었다.
세고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 Cochinillo(어린 돼지)
물론 우리도 Cochinillo를 먹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으나, 비싼 것보다도 굳이 맛있는 게 많은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요리까지 먹어야 하나 생각해서 먹지 않았다.

결국 우린 Aqueduct 바로 앞에 위치한 맥주집에서 시원한 맥주 2잔과 감자칩, 그리고 보까디요를 시켜서 먹었다. 이미 꽃할배에 방영된 나라라서 그런지 한국인들이 꽤나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딜 가나 한국어를 들을 수 있었는데, 마침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았던 친구로 보이는 3명과 투어가이드 한 명이 있었다. 그런데 서로 스페인어 욕을 어떻게 쓰냐고 물어보는 것이 너무 창피해서 우리가 얼른 자리를 피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한 광경이었다. 특히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Aqueduct는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웅장했다. 내가 스페인에 가 본 결과, 이는 top 3 must-see 광경 중 하나였다.
Aqueduct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쯤 들어오는 석양과 그걸로 만들어진 그림자가 바쁘게만 쫓아왔던 내 삶을 사는 마음가짐을 고쳐먹게 만들었다.

우린 위로 더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Aqueduct 옆에 놓인 계단을 쭉 올라갔다. 거기서 바라본 장관은 더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마치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오작교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위로 올라가 보니 다시 우리가 봤던 성당이 나와서 이번에는 Aqueduct의 끝을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렇게 Aqueduct를 따라 걷다 보니 끝내 마지막이 보였다. 뭔가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끝을 향해 걷다 보니 벌써 날이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야경은 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날 하루 걸은 양이 어마 무시하게 많아서 우린 이제 숙소로 돌아가자 마음먹었다. 그래도 세고비아가 남긴 강렬한 인상만큼은 마음속 깊은 곳에 고이 간직한 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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