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쎈쓰 ssence May 26. 2016

유럽이라 부르고,
스페인이라 읽는다.

En Andalucía: Seville, Málaga y Granada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면서 잠시 학교에서 주최하는 해외 문명 탐방으로 갈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실제 우리 여행과 접목했던 주제가 "스페인 속 무슬림 문화"였기에 안달루시아 지방은 필히 가야 하는 곳이었다. 자료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 지역 건물들의 매력에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처음 도착한 곳은 지리상 세비야였다.  

Plaza España

이미 우린 세고비아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치의 여행 기분을 냈기에 아무래도 아래 지방에 위치한 세비야에 대한 기대는 더했다. 그런 기대를 안고 처음 간 곳이 Plaza España 였다. 날씨는 좀 꾸리꾸리 했으나 사이즈에 압도 당해 어떠한 말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장엄했다.    

스페인 광장 속에 서 이런 타일 아트(tile art)가 상당히 감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런 그림이 각 도시를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이었기에 더 주의 깊게 보았다.  
위층도 가보고 싶었던 와중에 정중앙에서 공연하는 길거리 아티스트의 모습도 보였다. 일석이조.
너무 이른 새벽에 도착해서 끼니를 거른 채 돌아다녔던 우리는 상당히 배가 고팠다. 결국 밥도 먹을 겸 숙소에 들려서 충전도 할 겸 다시 도시 중심지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길거리 아티스트는 물방울 같은 물체를 자유자재로 갖고 노시는 모습이 신기해서 한 컷 찍었다.

어딜 갈까 서성이던 때에 갑작스러운 비가 쏟아졌다. 그때 제일 눈에 띄었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세비야 빠에야가 가장 맛있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들어가자마자 상그리아와 함께 시켰는데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그 집에서 더 맛있었던 음식은 이탈리아식 gnocchi(노찌)였다. 단지 스페인이라 빠에야가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돌아다니면 항상 말똥 냄새로 가득했는데, 이는 관광 코스 중 하나로 많이들 애용한다. 하지만, 우린 튼실한 두 다리로 돌아다녔다. 그리고 여기서도 볼 수 있었던 대성당.

성당을 갈까 성을 갈까 고민하다 숙소 아줌마한테 여쭤봤다. 아줌마는 친절하게 대답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왜 성당을 가는지 모르겠다며 속삭이셨다. 그렇게 우린 세비야의 Alcazar를 갔다. 그날따라 사람들이 많아서 역시 옳은 선택이었다 자부하며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오렌지 나무는 동화 속 한 장면과도 같았다.

이 곳으로 말하자면 옛날에 왕비의 목욕탕으로 쓰였던 곳이라는데 크기는 거의 수영도 가능할 것만 같았다. 이 곳은 사진 찍기 좋은 잇-플레이스로 유명하다.
성 안에서 마주치는 동물 친구들. 공작새들 같은 경우에 사람들이 오거나 말거나 자신들 갈 길만 가는 도도함의 끝판왕이었다. 그에 비해 청둥오리는 셀카도 같이 찍어주는 센스만점.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문득 엄마 아빠에게 선물 대신 포스트 카드를 보내고 싶어 졌다. 친구가 기념품을 살 동안 나는 포스트 카드를 하나 써서 보냈다. 대부분 기녀품 샵에는 조그마한 사서함이 있어서 바로 보낼 수가 있다. 그러나 이게 언제 도착할지는 장담 못한다.

해가 뉘엿뉘엿 질 즈음 우린 다시 허기졌다. 배꼽시계는 지나치게 정확한 것이 우리가 때마침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 상태였다. 이구동성으로 우린 맛집을 가자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는 결국 눈 앞에 보이는 사람 많은 집에 무작정 들어갔다. 들어가고 나서 보니 외국인으로 보이는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맥주 안주로 제격이였던 치즈 감자와 말린 chorizo와 빵

그렇게 우리는 1박 2일 같지 않았던 세비야의 밤을 보냈다. 여행을 마치고, 가장 아쉬웠던 것은 세비야에서 하룻밤만 잤다는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호스텔도 가장 불친절했고, 룸메이트도 웬 이상한 이탈리아 애들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았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우린 말라가로 떠났다.




 말라가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던 선배가 그곳의 볼거리 먹거리 등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해줬지만 그중 제일은 날씨라고 말해줬다. 선선한 바람과 적절한 온도 게다가 스페인은 유럽 중에 가장 값이 착했으나 그중에서도 말라가는 제일이다. 그렇게 우린 선배 말을 잘 듣는 후배로서 말라가를 방문했다. 물론 여러모로 이유가 작용되었으나 그보다 피카소의 고향이기도 한 말라가에는 무언가 새로운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멀고도 험했던 숙소로 향하는 여정은 우릴 여러모로 지치게 만들었다. 달동네처럼 올라가야만 나왔던 숙소에 짐을 맡긴 채 나와서 처음 간 곳은 'La Canasta'라는 빵집 겸 카페였다. 숙소로 가던 중, 빵 냄새가 우릴 지속적으로 유혹해서 짐을 놓고 다시 오자고 약속했던 곳이기도 했다. 물론 일요일에 도착했던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권도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비록 선택권은 별로 없었으나 맛은 있었다. 결국, 우린 그라나다로 떠나기 전 아침도 여기서 해결했다.

그렇게 한 끼를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와 지도를 챙기고는 번화가로 나갔다. 원래는 미술관에 가서 전시도 보고 쇼핑도 좀 하려고 했으나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계획을 전격 수정했다. 아무래도 계속 몸이 쑤시는 것이 불길한 조짐이 보여 스페인에서 유명한 스파/사우나 "El hammam"에 예약을 하고서 조금 느긋하게 돌아다니기로 했다.

산책 코스로 유명했던 말라가 항 근처. 조형물보다 그 거리에 있는 음식점들이 굉장히 고급 져 보였다.
때마침 해가 지고 있을 때 보였던 야경
친구가 배고프다 해서 사 먹었던 도넛. 우리가 줄 서서 기다리는 와중에 바로 앞에서 싸움이 벌어져 살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끝까지 기다려서 사먹었다.

그렇게 우린 1시간가량 사우나를 즐긴 후 숙소로 돌아와서 낮에 샀던 빵과 스파클링 와인 그렇게 저녁을 감상했다. 숙소 옥상에서 맞았던 밤 기운은 쌀쌀했지만 낭만적이었다.

  다음 날 우리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솔직히 첫날 너무 느긋하게 보낸 탓에, 물론 일요일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내린 계획이기도 했으나 월요일에는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다. 일단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피카소 박물관이었다. 솔직히 말라가에 전시한 대다수의 작품들은 큐비즘 시기에 그린 그림이었다. 게다가 게르니카는 마드리드에 있는  레이나-소피아 미술관에 있었다. 그나마 말라가에 있는 작품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Las meninas 를 집중해서 감상했다.

경직된 채 보초를 서고 있던 경비와 그 옆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있던 아이들.
Las meninas

피카소 박물관을 나와서 가장 가까이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지금 기억을 되짚어 보면 그곳은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다. 우린 그 여유로움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여행의 절반 가량을 보내고도 아직도 우린 한국에서의 습관이 묻어 나왔다. 조급하고 초조했다. 바닷가에 왔으니 해산물 한 번은 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킨 칼라마리(오징어) 요리와 소고기 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게다가 빵도 따뜻해서 더더욱 맛있었는데, 여기서는 빵에도 요금이 붙었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온 후로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한 무리 들어왔고, 우린 이에 대해 이유야 당연히 우리가 들어와서라고 자부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장님께서 친히 달달한 브라우니를 서비스로 주셨다! (음식점 이름은 El jardin)

귀까지 호화로웠던 말라가에서의 점심

그렇게 늦은 점심을 먹고 나와 간 곳은 Alcazaba 성이었다. 이 정도면 마치 우리가 성(castle) 애호가?로 보일 수 있으나 학생증을 제시하면 입장료 1유로도 되지 않아 즉흥적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의도치 않게 인생 프사를 몇 컷 남기고, 그 후에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없어서 대충 훑어보고 나왔다. (그 때 당시 다른 통로를 공사하는 중이어서 그랬다고 했다. 말라가에 가면 꼭 가봐야 할 볼거리 중 하나다.)

친구는 계속 복통을 호소했고, 숙소는 너무 멀고 그렇다면 근처 카페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우린 Roman Theatre를 봤으나, 사진보다는 작은 규모에 실망했다.  이는 확실히 그리스가 더 멋있을 것이라며 걸음을 재촉하는 친구가 덧붙였다.

Teatro romano
실은 이 곳보다 바로 옆에 있는 통유리로 된 건물이 더 신기했으나 이를 사진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핸드폰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카페에 가서 그야말로 모히토 두 잔(내부자들에서 이병헌 씨의 명대사.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 할까?"의 그 모히토!)을 시키고 유유자적하게 바깥 구경하는 사이 한국인 관광객들이 우르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피카소의 생가를 방문하러 가는 것 같았다. 역시 이제는 어딜 가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잘 사는구나... 생각이 들면서도 말라가까지 오다니! 역시 방송의 힘은 대단하다. 꽃보다 할배 만세!



그라나다 여행기는 계속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럽이라 부르고,   스페인이라 읽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