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내 여행 일지
첫째 날, 고생하고 너무 일찍 곯아떨어진 탓인지 우리는 일찍 일어났다. 그러고 곧장 향한 곳은 녹차가 진품이라는 오설록 카페. 물론 인사동 오설로카페도 좋아하지만, 왠지 모르게 제주에서 먹는 녹차맛의 모든 것은 더 진할 것만 같은 직감적인 직감이 들어서 가게 됐다. 폭풍 구매를 하고 맛본 녹차만 아이스크림은 달콤 쌉싸름했다.
무엇보다 이니스프리 제주에서만 파는 한라봉 잼은 맛났다. 그전에 오설록을 가기까지 우리는 버스를 무려 3번이나 환승해야 했지만 2번 환승하고 내려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보고 그냥 타자! 하고 탄 택시 아저씨는 굉장히 경쾌하시면서 우리가 그 먼 곳을 굳이 왜 가는지 궁금해하셨다. 단순하게 "녹차 아이스크림" 먹으러 간다고 하니 너털웃음을 지으시면서 어차피 농장 갔다 가는 길이였다며 택시비도 안 받으셨다.
♡두 번째 택시기사 아저씨도 엘오븨이럽♡
후다닥 먹고 나선 곳은 카멜리아 힐이다. 일단 연인들이 많이 보이고, 요즘 대세인 셀프 웨딩 촬영하러 오신 분들도 보였다. 우리가 갔을 때는 꽃이 만개했다기보다는 봉우리가 하나 둘씨 터지기 시작할 즈음이어서 이쁘다는 느낌보다는 풋풋한 느낌이 더 크게 작용됐다.
게다가 저렇게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여러 군데 있어서 실질적으로 셀프 웨딩 촬영하기 좋다! 하지만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줄을 서야 한다는 점..
그렇게 찍을 거 찍고 바삐 움직여서 간 곳은 석양을 보기 좋은 섭지코지!
날이 너무 좋아서 기분도 좋았던. 되돌이켜보면 굉장히 힘들었을 여정에도 우리는 마냥 행복했던 것 같다. 섭지코지를 들리기 전 우린 또 식도락 여행답게 밥부터 먹었다.
성산일출봉에 가까운 달래 식당에는 반찬(보쌈고기도 간장 가재 새우도 반찬으로)부터 남다른 비주얼을 지녔고, 무엇보다 생선 안 좋아하는 우리를 무려 생선조림 양념을 밥에 비벼먹게까지 했다. 구이 세트도 정말 먹고 싶었지만 해지는 시간이 맞춰 섭지코지를 가아했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며 나와야만 했다.
3월 중순 즈음에 갔기에 아직은 쌀쌀했고 특히 바닷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도 바다는 너무 아름다웠고, 무엇보다 고요해서 좋았다. 결국 우린 택시를 타고 섭지코지에 도착했다.
가까스로 시간을 맞춰서 지는 태양을 보니 사람이 감성적이게 됐다. 자연 앞에 인간은 한 줌의 흙과도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다시금 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올라가면서 웬 과자집이 있어 오히려 약간의 실망감을 가지고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저런 장관을 보니 왜 "제주 제주"하는지 일부분 이해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숙소로 향했다. 기분 좋게 잘 수 있겠다 말하면서 내심 남는 시간을 숙소에서만 보내기 아까웠다. 그렇게 마지막 여정지로 어제 보지 못한 새연교를 보기로 했다.
정말 덩그러니 새연교 하나만 있었지만, 물론 다리를 건너면 산책로 비슷하게 자그마한 공원이 있었으나 너무 늦게 도착한 바람에 그곳은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야경은 생각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 느리게 만들 정도로, 낮에는 그렇게도 싫었던 저 불빛들이 밤에는 알록달록한 것이 이쁘게 여겨졌다. 아마 바다에 반사되는 불빛이 마음을 누그러뜨리게끔 한 것 같다. 그다음 날, 가기 전 날까지 우리는 끝까지 다이내믹했다. 전통시장에 들러서 오메기떡을 사느라 부랴부랴 공항에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올해, 가장 먼저 봄이 온다는 제주에서, 계절의 시작을 끊어서 기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