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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Aug 31. 2021

달리는 고마움

당연하지 않은 소중함





강 위로 즐비한 건물들의 반짝임과 그 뒤로 지는 주홍빛 노을을 가득 담을 수 있는 두 눈이 있음을 생각해 본다.




물결들이 서로 손뼉을 치듯이 마찰을 일으키며 내는 찰랑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두 귀가 있음을 생각해 본다.




이 순간만큼은 나를 재단하는 모든 시선들을 뒤로 한 채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가슴이 뻥 뚫리는 해방감이 드는 시간들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두 다리가 있음을 생각해 본다.




살짝 떠 있는 마스크 틈 사이로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마시고 내쉴 수 있는 코와 입이 있음을 생각해 본다.




온 몸으로 전해져 오는 모든 섬세한 감각들을 느끼게 하고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줄 만큼 정교하고 또렷한 뇌가 있음을 생각해 본다.




강가를 달리면서,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사실은 당연하지 않은 고마움들을 되짚어 본다.

오늘 하루도 잘 달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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