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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Nov 28. 2021

0. 무로 돌아간 춤 노력




제목을 춤 ‘실력’이 아닌 ‘노력’이라고 지은 이유는 새 안무의 진도를 나갔는데 전 곡의 안무를 처음 따라했을 때보다 못 춰서 이다. 새로운 안무를 배워보니 다섯 시간의 수업 동안 익힌 결과물에 실력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조차 부끄러워졌다. 진로가 댄스 쪽도 아니고, 원래 춤을 추던 사람도 아니고, 시작한지도 얼마 안 된걸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그래도 처음 췄을 때보다 못 춘 것은 충격이었다.




내가 춤 학원을 등록하게 된 계기는 기말고사를 보기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험 공부를 하는데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고, 풀 데는 없어서 몇 년 동안 바라기만 했던 춤 학원을 즉흥적으로 등록해버렸다. 미래에 대한 조급함과 불안감이 자꾸 들어 일상에서 이룰 수 있으면서 빈도수가 높은 성취감이 필요했던 상황도 갑작스럽게 춤을 등록하는 데에 한 몫 했다.




작년에 실수로 취미 반 말고 프로 댄서들의 프리 클래스에 참여해서 동작 하나 못 따라 했는데도 춤에 재미를 느꼈어서 춤은 한 번쯤은 꼭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었다. 마침 이모가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준 대서 기회를 덥석 물어버렸다. 그 동안은 춤을 배우면서 노력해도 가망이 없다는 게 밝혀지면 괜히 슬퍼질 까봐 학원들을 알아보기만 하고 등록하는 건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시도도 안해보고 춤을 동경하기만 하다가 나이가 들어버리면 후회할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질러보고 몸치인 게 판명 나면 그 때 가서 관두기로 했다.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첫 수업을 갔던 내가 벌써 안무 촬영을 하나 마치고 새로운 안무 진도를 나가고 있다. 전 곡은 Destiny Rogers, P-LO, Guapdad 4000이 함께 작업한 Lo Lo였는데 안무에서 동작의 강약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안무 표현은 고사하고 안무가 뭔지도 다 기억 못했다. 그런데 시험 공부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삼십 분씩 이라도 연습했더니 안무를 따라 출 수 있을 만큼은 실력이 늘었다. 안무를 외우자 동작의 강약 조절도 자연스럽게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곡을 성공하고 나니 춤에 자신감이 붙었었다. 이 문장이 과거완료형인 이유는 새 곡을 시작하자 자신감이 게 눈 감추듯 쏙 들어가서이다. 새로운 안무를 시작하자 춤 실력은 언제 쌓았었냐는 듯 댄스 실의 대형 거울에는 퍼덕이는 나의 팔과 다리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마치 춤추는 실력이 늘었다는 생각은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고 거울이 확인사살하는 것 같았다.




이번 곡은 이효리의 ‘깊이’라는 곡이었는데 동작 자체는 단순한 편이지만 속도가 Lo Lo보다 훨씬 빨랐다.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는 있는 안무였다. 그렇지만 아직 근육통도 덜 풀렸고 이효리는 내가 좋아하다 못해 애정 하는 가수 여서 완성하고 싶은 안무의 정도를 고려하면 달성해야 될 연습량이 상당할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연습을 하기도 전에 막막함이 앞섰다.




이렇게 막막함이 느껴지는 데도 춤을 계속 추고 싶어하는 건 춤이 내 삶의 축소판처럼 느껴져서 인 것 같다. 새 안무를 시작할 때 그 동안 쌓아온 안무는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춤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처럼 내 삶도 항상 그래왔다. 고등학교에 올라갔을 때는 내가 중학교에 뭘 배웠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고, 대학교에 올라갔을 때도 고등학교 때와는 생판 다른 내용을 배워서 원점으로 되돌아온 기분이었다. 지금 이제 슬슬 취업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전이랑 별 다를 바 없이 열심히 대학교 다니면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들이 다 어디에 쓰일까 싶다. 내가 아무리 많이 배우고 노력한 것 같아도 어느 새 나는 또 결승선이 아닌 출발선에 서 있었다. 춤에서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다시 무로 돌아가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내 삶도 인생의 다음 단계로 접어들 때 언제나 출발선으로 회귀했다. 그러나 사실은 알게 모르게 모든 과정이 다음 단계가 수월하게 하도록 하는 마중 물이었다. 그 과정들이 없었다면 다음 단계를 헤쳐나갈 힘과 능력 또한 얻지 못했을 것이다. 허무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노력들은 알고 보면 꼭 필요한 과정들이었다. 지금의 마중 물을 채우는 과정이 눈이 부시게 멋지지는 않아도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내 춤도, 내 삶도 전보다 깊어지고 넓어진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무로 돌아간 ‘춤 노력’을 모아 안무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다음 주의 촬영을 목표로 춤을 연습한다.























춤신춤왕 꿈나무의 무로 돌아간 춤 노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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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신춤왕 꿈나무의 무로 돌아간 춤 노력 (1)




깊이 안무 영상. 뒷부분은 거의 따라하지도 못했다^^








이번 곡은 이효리의 ‘깊이’라는 곡이었는데 동작 자체는 단순한 편이지만 속도가 Lo Lo보다 훨씬 빨랐다.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는 있는 안무였다. 그렇지만 아직 근육통도 덜 풀렸고 이효리는 내가 좋아하다 못해 애정 하는 가수 여서 완성하고 싶은 안무의 정도를 고려하면 달성해야 될 연습량이 상당할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연습을 하기도 전에 막막함이 앞섰다.







이렇게 막막함이 느껴지는 데도 춤을 계속 추고 싶어하는 건 춤이 내 삶의 축소판처럼 느껴져서 인 것 같다. 새 안무를 시작할 때 그 동안 쌓아온 안무는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춤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처럼 내 삶도 항상 그래왔다. 고등학교에 올라갔을 때는 내가 중학교에 뭘 배웠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고, 대학교에 올라갔을 때도 고등학교 때와는 생판 다른 내용을 배워서 원점으로 되돌아온 기분이었다. 지금 이제 슬슬 취업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전이랑 별 다를 바 없이 열심히 대학교 다니면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들이 다 어디에 쓰일까 싶다. 내가 아무리 많이 배우고 노력한 것 같아도 어느 새 나는 또 결승선이 아닌 출발선에 서 있었다. 춤에서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다시 무로 돌아가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내 삶도 인생의 다음 단계로 접어들 때 언제나 출발선으로 회귀했다. 그러나 사실은 알게 모르게 모든 과정이 다음 단계가 수월하게 하도록 하는 마중 물이었다. 그 과정들이 없었다면 다음 단계를 헤쳐나갈 힘과 능력 또한 얻지 못했을 것이다. 허무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노력들은 알고 보면 꼭 필요한 과정들이었다. 지금의 마중 물을 채우는 과정이 눈이 부시게 멋지지는 않아도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내 춤도, 내 삶도 전보다 깊어지고 넓어진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무로 돌아간 ‘춤 노력’을 모아 안무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다음 주의 촬영을 목표로 춤을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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