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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 Kim Nov 13. 2019

노션과 슬랙이 내부 브랜딩에 주는 영향

업무 협업 툴이 의미하는 것

입사 첫날 회사의 프로세스와 업무를 숙지하기 위해 모든 문서가 집적된 구글 드라이브에 들어갔다.

아티스트 별, 레이블 별, 프로젝트 별 파일이 있고, WORKING HOURS와 회의록 파일이 따로 있었다. WORKING HOURS에 들어가니 앨범 발매와 관련한 문서부터 레이블 자료 등 정리되지 않은 파일이 산재해 있었다.


업무 파악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으나 어딘지 어수선했다. 일이 익숙해지면서 점점 구글 드라이브의 불편함을 느꼈다. 업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의 회의록과 이미지, 동영상, 표, 레퍼런스 자료들이 쌓이는 엔터테인먼트사에 구글 드라이브는 딱 적합한 툴은 아니었다. 파일 트리 형식의 드라이브는 계속해서 날아들어오는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다. 자주 들어가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툴을 바꿔 봤다. 물론 3년간 회사의 피땀눈물이 들어간 구글 드라이브의 모든 문서를 새로운 툴에 적용시킨 건 아니다. 일개 신입사원이 건방지게 "툴을 바꿨으니 앞으로 여기를 이용하세요"라고 통보할 수도 없고. 혼자서 스터디한 자료들을 노션에 쌓고, 함께 일하는 소영에게 공유했다. 이봐바. 내가 invite a person하면 너한테 사이트 접근 허용 알람이 뜨고 너랑 나랑만 full access할 수 있어. public access를 공개할 건지 disabled할 건지, 누구한테 comment, read, edit 권한을 줄 건지 workspace마다 따로따로 설정할 수 있어. 게다가 이봐바. 노션은 노션닷컴도 아니고 노션닷쏘야. 아니, 이봐바. notion.kr, notion.com 말고 notion.so.


notion.so가 뭔데? 몰라 나도. 그냥 개멋지지 않냐?


죄다 영어고, 뭐가 뭔지 모르겠고, 시작은 어려웠지만, 막상 해보니 쉬웠다. 나와 소영은 프로젝트마다 노션에 공유 워크스페이스를 만들고, 스터디 자료들을 쏟아넣기 시작했다. 발표가 있을 때도 노션 링크를 회의 참석자들에게 뿌리고 직접 이용하게 했다.


그리고 레이블에 합류하자마자 노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우리 레이블 팀원들에게만 edit, read, comment 모두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노션을 궁금해하는 다른 팀원들에게는 comment와 read만 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혼자서 대시보드도 여러 형태로 만들어 보면서 그림과 같은 문서 트리를 완성했다. 용량 제한 없이 동영상과 문서들을 임베드 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았다. 언제든지 자료를 올리고 수정하고, 표, 보드, 리스트, 캘린더 등 다양한 데이터베이스 아웃라인을 만들 수 있어 편리했다. 무엇보다 사용자 경험이 끝내줬다.

월 6000원의 멤버십이 있지만 첫 이용자는 노션에서 제공하는 이벤트들을 통해 대략 5개월 분의 멤버십비를 벌 수 있다. 그리고 사실 6000원은 싸다. 넷플릭스 프리미엄 이용료가 월 14500원이고, 회사 앞 아인슈페너 한 잔 가격이 5500원이다.


레이블에서 어느 정도 노션을 활성화시킨 다음, 전사적 차원으로 나섰다.

노션이 끝내주는 이유 중 또 하나의 이유는 구글 드라이브, 깃허브, PDF 파일, 타입폼, 트위터 등 다양한 툴을 임베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구글 드라이브에 있던 자료들을 새롭게 판 회사 워크스페이스에 연동해 정리만 했다. 내부 공유용 워크스페이스가 뚝딱 만들어졌다.




노션 활용과 함께 슬랙의 사용 빈도도 높였다.

우리 회사의 전용 메신저는 카톡이다. 즉, 전용 메신저가 따로 없었다는 뜻이다. 서너 개의 메신저 장단점을 조사한 뒤, 우리 업무에 가장 적합해보이는 툴로 슬랙을 꼽았다.


레이블에서 실험적으로 사용해본 뒤 이용 후기를 모았다. 소영이의 말처럼 장점이 단점을 압도했다. 슬랙 역시 노션과 마찬가지로 전사적으로 확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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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협업 툴은 수익과 직결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업무 방식의 변화를 위해 삽질도 해보고, 혼자 테스트도 거쳐 보면서 우리 팀에 가장 잘 맞는 툴을,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구현해야 한다. 단순히 유행하는 플랫폼이라고, 이용이 편하다고 툭 던져만 놓으면 전 직원이 헤맨다. 그러나 한두 명이 실험하면서 100% 수정하고, 대여섯 명이 공유하면서 50% 정도 수정해 나가면 궁극적으로 한 명 한 명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 높은 업무 효율은 수익 창출로 연결된다.


노션과 슬랙이라는 업무 협업 툴은 따로 보면 굉장히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툴을 바꾸고 전사적 차원으로 실행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중요한 건 강압적이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플랫폼이 구축됐다 해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공지하면 '귀찮은 일 하나 더 늘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거의 분명히 있을걸. 그들에게 새로운 툴에 적응하라고 압박하면서, 업무 외의 피로감을 주는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노션과 슬랙은 두 명에서 레이블로 뻗었고, 지금은 대표님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회사 이사진과 전무님에게도 차근차근 공유 중이다. 조직이란 위에서 아래로 향해야 할 때가 있고, 아래에서 위로 향하면 더 이로울 때가 있다. 이것이 내부 브랜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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