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첫 만남. 대뜸 나에게 예쁘다는 말을 건넨 한 친구가 있었다. 처음엔 누구에게나 던지는 가벼운 인사말쯤으로 들렸다. 그렇게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하며 넘겼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참 이상했다.
그 친구가 만날 때마다 건네던 예쁜 말들은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다른 의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부담스럽지도 그렇다고 들떠 보이지도 않은 목소리였는데 이상하게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스스로를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던 시절이었는데 그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조금 더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나를 이해해 주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누군가에게 꾸준히 예쁘다는 말을 듣는다는 건 단순한 칭찬 이상의 힘을 갖는다. 내가 몰랐던 나의 면을 발견하게 하고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던 마음을 펴게 하는 힘. 그 친구가 던진 말 몇 마디가 그렇게 내 자존감의 기초가 되어 조금씩 쌓여갔다.
함께 어딘가를 가면 그 친구의 카메라는 어김없이 내 움직임을 따라온다. 억지 포즈를 요구하지 않았고 조용히 시선을 맞추다 자연스러운 순간을 담아냈다. 가만 보고 있다 보면 찍고 있는 사람의 눈빛이 더 예쁠 때가 있다. 그리고 사진 속 내가 예뻐 보이는 건 그 사람의 시선 덕분이라는 걸 시간이 꽤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서로의 20대를 거의 통째로 나눠 갖다시피 했다. 사회에 치여 휘청거리던 시절도, 괜히 철이 든 척하던 시절도 같이 지나왔다. 서로의 기복을 그대로 드러내도 괜찮은 사이가 되었고 잘 지내는 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의 시간을 함께 버텼다. 마음이 자주 흔들리던 시절 부담을 주지 않는 거리만큼 가까이 있어 줬다. 지나고 보니 그런 시간이 꽤 오래였다.
서른을 앞둔 지금도 그 친구는 여전히 내게 예쁘다는 말을 속삭인다. 그리고 나는 요즘 예쁘다고 말해주는 사람보다 그 말을 오래도록 이어준 사람이 더 예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 친구는 여전히 한결같고 그 꾸준함 덕분에 내가 조금 더 단단한 어른이 된 것만 같다. 어쩌면 우리가 지켜온 것은 서로의 모습이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말해두고 싶다.
그 예쁜 눈으로 건네온 말들이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