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들이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질문으로
"오늘 하루 어땠어?"를 꼽습니다.
저 역시 이 질문이 얼마나 형편없는 질문인지
아이에게 직접 질문함으로써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도 아마 경험해 보셨을 거예요.
아이에게 이 질문을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를요.
"그냥 그랬어."라든지, "몰라, 기억 안 나." 하는 대답으로
어물쩡 넘어가기도 하고, 아예 대답을 거부하며 입을 닫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을 바꿨습니다.
"오늘 점심 반찬은 뭐였어?"
라는 질문으로요.
우스갯소리로 한국사람에게 밥처럼 중요한 게 없다고 하죠.
인사도 "밥 먹었냐."라고 묻고요.
그런데 밥처럼 또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열어주는 주제가 없습니다.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하루를 뭉뚱그려 떠올리기보다
점심에 먹은 반찬을 떠올리는 것이 아이에게는 훨씬 쉬운 일입니다.
아이는 반찬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내기 위해
급식을 먹으러 가는 길부터 식판에 식사를 받고 자리에 앉아 먹기까지의 흐름을
머릿속에 떠올려 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 친구들과의 일들이 떠오르기도 하겠지요.
아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오늘 점심에 어묵국 먹었어. 그런데 OO이가 식판을 들고 가다가 부딪혀서 국물을 쏟았어."
그런데 아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생각의 사슬이 술술 풀려납니다.
어떤 날은 오늘 반찬이 뭐였냐는 질문이 통하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때는 또 그런 때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날 하루가 별로였다든지, 유난히 기분이 다운된다든지 하는 이유로 말이지요.
그럴 때는 아이의 표정과 말투와 행동을 차분히 살펴봅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같이 놀고, 같이 먹고, 시간이 흘러 잠자리에 들 때가 되면
아이가 먼저 말을 합니다.
"엄마, 나 할 말이 있어. 엄마, 나 사실......"
그때 비로소 깨닫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좋은 질문이 아니라
언제라도 말을 걸어도 괜찮은 엄마의 마음자리였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묻습니다.
"오늘 반찬은 뭐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