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틈달의 이별연습

이별과 이별하기

by 오디ssey



11월이 되니 새삼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매년 이달에 곧 다가 올 12월이 막달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일의 마감에 대한 조급함이나 나이 듦에 대한 서글픔에 울적해지기 시작했었다.


그가 가고서는 한 해가 어서 가길 원하면서도 가는 해조차 혼자서 보내야 하는 이별연습 같아 이 역시 우울해졌었다.


11월에 들어 지인과 설악의 공룡능선을 타기로 했다.

산행하기 전날밤 우리는 그날이 10월의 마지막밤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잊혀갔던 옛 노래를 검색해서

감성에 젖어들어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미틈달이 시작되는 푸른 새벽녘

설악이 11월부터 3시에서 4시 입장으로 변경되었다.

기대감. 긴장감으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거친 산행을 시작하였다

새까만 어둠이 깔린 산속 새벽길의 걸음이 그리 무겁지만은 않았다.

어두움은 주위의 렌턴빛에 점점 눈에 익어가고 발에 밟히는 자갈길도 반복적인 박자 같았다.


낙엽이 떨어지고 들판이 비워지는 시기이지만 그 틈사이로 조용한 에너지가 숨어 있다 했지?

이 장거리 산행일에 딱 맞는 달의 이름이다


함께 했던 지인의 몸상태가 좋지 않아 14시간을 오르내리면서 다시금 밤길에 렌턴빛에 의지해 내려오게 되었다. 다들 발이고 온몸이 천근만근이라고 했다.

나는 다행히 조금 시큰했던 무릎과 사구체종양 진단받은 발톱도 무사히 견뎌주었다

시간이 늘어지면서 걸음속도를 줄이게 된 산행 내내 하나의 이름. 하나의 기억. 하나의 기간들을 떠올리며 11월의 이름을 새겼다






다시 새벽

기운이 급격하게 차가워지고 강한 바람에 누런 낙엽과 빛이 바랜 솔잎까지 키높이 넘어 휘돌고 있다

옷 속으로 파고든 추위가 전날의 통증과 뒤섞여 오히려 통쾌함이 들었다. 웃음이 나왔다


이제는 신기하게 그 몇 달 전의 슬픈. 기운에서 벗어나고 세상 속으로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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