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집주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부동산에 관심도 없고, 관심이 없으니 당연히 부동산은 하나도 모르던 사람이 갑자기 집 계약을 하고 왔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저예요.
2020년 2월, 가족 카톡방이 울립니다. '이거 되면 로또니까 다 넣어봐' 하는 남동생의 카톡.
부동산 카페에서 이슈가 되었다는 무순위 줍줍, 한참 부동산이 미친 듯이 상승세였던 시기였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그때. 아무 조건 없이 신청만 하면 아파트를 분양가로 가질 수 있는 기회라고 한다.
나는 넣는 거 뭐 어려워? 하고 신청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당첨될 것 같은 가장 경쟁률이 낮은 작은 평수로. '맘속으로는 혹시 내가 되겠어~'하고 그냥 넣었기도 했다.
TMI로 동생은 결혼을 앞두고 있어 집에도 관심이 많고, 경제에 나보다 눈을 빨리 떴지만 나는 캥거루족을 즐기기도 했고 내 집을 갖는다?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던 때였으니 정말 간절하지 않게, 가볍게 그냥 응모를 했다. 넣고 나니까 궁금하기는 하고 또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이 날 이후로 부동산에 관련된 책도 읽고, 유튜브도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으니! 동생이 제안한 이 단순한 '줍줍 신청'은 나에게 또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근데 이후 인터넷 글을 보니,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아서 넣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뿐더러 경쟁률도 1618.20:1을 기록했다는 기사까지. 와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니었구나.
(물론 내가 응모한 평수는 1xx:1의 경쟁률이긴 했지만)
그렇게 응모한 다음날 나에게 문자가 왔다. 가족 카톡 방에 캡처해서 올렸더니, 장난치지 말라고 한다.
근데 진짜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회사에 계신 분께 '이거 해도 될까요?'라고 소심하게 여쭤봤더니 이 지역에 오래 사셨던 분 말씀으로는 ㄱㄱ를 외치신다. 결혼 자금은 생길 거라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갑자기 하루 만에 서류를 준비하고 문자를 받은 다음날 계약을 하러 갔다.
30살이나 되었지만, 괜히 부동산? 하면 무서워지는 쫄보가 코로나 때문에 '본인'만 계약하러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혼자 계약을 하고 왔다. 그렇게 3일 만에 나는 만 28세에 집을 가진 '자가 소유자'가 되었다.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 그리고 정말 내가 야무져진 느낌을 받았다.
이후에도 어쩌다가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존에 나를 보던 눈빛과 다른 눈빛을 보낸다. 계약금 빼고는 다 은행돈이긴 하지만 그래도 '집주인'이라는 타이틀이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셀로판지 정도는 되는가 보다.
심지어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거리도 어느샌가 결혼, 집, 인으로 바뀌었는데, '집'이 주제로 나오면 내가 다 아는 거 마냥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어 쑥스럽지만 잘했다는 칭찬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뿌듯하기도 한 이런 재밌는 시절을 즐겼다.
이때만 해도 되기만 하면 성공이다! 했던 부동산 열기, 심지어 이 아파트는 전매제한도 6개월밖에 되지 않고 많은 메리트가 있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을수록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매매할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입주는 시작됐지만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계약할 때와 너무나도 다르고...
그래도 작은 평수여서 영끌까지는 필요 없었던(대출이 필요 없는 건 절대 아니었지만^^),
얻어걸려 직접 계약하는 과정부터 겪으면서 하나하나 알게 되는 부동산 용어들이 새롭고 재밌고 큰 경험이 되고 있다. 아직 등기도 나오지 않아 '나 이제 집 사는 거 잘 알아!'라고 당당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아직도 재밌다.
평생 캥거루족으로 살 것 같은 나를 독립시키게 만들고 그리고 지금은 결혼을 앞둔 우리 커플에게 결혼 준비가 수월해지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소중한 집이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독립생활과 계약 후 중도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각종 세금 그리고 지금 대출이자를 갚으며 살고 있는 나의 생활 등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많. 관.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