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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와샐리 Jul 04. 2023

(거의) 최저시급을 받으며 회사를 다니는 이유

'고용안정'이 주는 가치

나의 기본급은 215만 원가량이다. 

식비를 더해도 각종공제를 하고 나면 한 달에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210만 원이 겨우 될락 말랑이다.

나는 사회초년생인가..? 그것도 아니다. 이제 일 한 기간만 따져도 만으로 6년이 되었다.

(갑자기 몰려드는 현타.... 갑자기 내가 회사에서 보낸 세월이 허망한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한 거겠지...?)

갑자기 나의 월급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고용안정이 주는 게 무엇인지..라는 고민 때문이다.

나는 강사로도 활동하면서 강사비를 받은 경험도 있다. 

보통 학교에서 1시간 강의하면 주는 강사비는 10만 원가량. 

이렇게만 따지면 현재 내 시급과 거의 10배가 넘게 차이 난다.

(강사 활동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도 있지만, 단순하게 일하는 시간만 생각했다.)

도대체 고용안정이 주는 게 무엇이길래, 이렇게나 '노동비'에 큰 차이가 나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내가 무엇 때문에 이 회사로 이직했는지 장점을 생각해 보았다.


1. 정년보장이 된다.

나는 지금까지 계약직으로만 일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계약직으로만 있긴 애매한 나이라고 생각되는 때, 정규직을 찾아 한눈을 팔았고 아주 적당한 회사를 발견했다. 결혼 계획 및 임식 계획이 있는 나에게 지금 딱 필요한 직장이었다. 아기가 내 계획대로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아기가 어릴 때 최선을 다해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 회사의 육아휴직과 육아시간제도는 정말 큰 메리트다.


2. 업무가 적당하며, 칼퇴가 가능하다. 

이건 이직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정보는 아니지만, 이직해 보니 이렇게 워라밸이 좋을 수가 없다. 유연근무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며 업무의 강도도 이전회사에 비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편하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전 회사에서처럼 답은 정해져 있는 업무만 하는 것도 아니고, 종종 내가 기획하고 싶은 것도 만들어서 제시한다. 이게 실행되는 건 나중 문제지만 그래도 업무시간에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내것은 내 걸로 내가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쌓여있을 테니까. 다른 말로는 내 능력을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다.


3. 집과 적당한 거리에 있다.

맘먹으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엄청 가깝지는 않지만 차로는 넉넉잡아 15분, 걸어도 45분이면 회사에 도착할 수 있다. 심지어 나는 인사이동도 없이 계속 이 자리에 머무른다. 결혼 후 내가 거주하는 지역이 바뀔 확률은 매우 희박하므로 이 거리에 평생 다닐 회사가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점이다.


내가 마음만 편하게 먹으면 정말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인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음에도 여기를 절대로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다.

"현재로서는" 어떻게 보면, 나쁜 점은 월급 딱 하나다. 하지만 이걸 장기적으로 그리고 멀게 본다면?

나는 항상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애쓰고 그것에서 보람을 많이 느끼는 사람인데(그것이 결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솔직히 내 이름으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 생각을 제안해도 그 제안이 내 이름으로 남아있지 않을 그런 이상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무얼 어떻게 하던 약간의 책임도 따르지 않는다. 이러다 보면 도태될 게 뻔히 보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아주 오랫동안 머무를 생각은 없다.

잠깐 머물다 가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결국 내가 선택한 우선순위는 나의 가정이다.

요즘 들어 내 미래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내가 꿈꾸는 미래는 사랑하는 가족이랑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큰돈을 벌지 못해도 새로 이루게 될 우리 가정에 큰 시간을 쓰는 것으로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더 먼 미래를 위해 나를 발전시킬 바로 그 시기인 것 같다. 당장은 나의 가치를 올려 이직이나 새로운 일을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지금 다져놓는 것들이 분명 미래에 나 그리고 우리 가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올해 공모전 한 개만 더 내보자!)

작년까지만 해도 코앞의 가치만 생각하고 먼 미래를 보지 않았지만, 점점 미래를 생각하는 걸 보면 결혼 준비를 하면서 나 역시 성장하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성장하기 위한 투자를 쉬지 말아야지.

편안한 곳에 머무를 생각보다는 때가 되면 내가 가야 할 곳을 찾아 떠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고, 그럴 것이다.

더 멋진 내가 되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헬스장 등록을 꼭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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