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가을야구를 직접 보고 싶을까?
2023년 LG가 29년 만에 우승했다는 바로 올해, 한국시리즈 5개 경기 중 가장 재밌었다고 생각하는 3차전 직관을 다녀왔다. 사실 시즌 중에 야구를 챙겨보는 날은 거의 없다. 독립 전에는 아빠가 매일 야구를 배경 음악처럼 틀어놓으셔서 조금 재밌을 것 같은 소리가 나면 보고 그런 정도...? 근데 왠지 모르게 '가을야구'하면 꼭 봐줘야 할 것만 같고, 직관도 다녀와서 인증숏 한 번 올려줘야 할 것만 같다. 이번에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면서 헤아려보니 내가 야구를 보기 시작했던 2013년부터 2023년까지 3번 빼고는 매 해마다 한번 이상씩 가을야구에 다녀왔다. 약 7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진행되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만 즐길 수 있는 그 특별한 경기에 나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것 같다.
올해는 한국시리즈를 더 재밌게 본 해인 것 같기도 하다. 3차전까지만 해도 엎치락 뒤치락 정말 너무 재밌는 경기의 연속이었다. 나는 3차전 직관을 다녀왔는데, 특별히 KT팬이 아니지만 KT를 응원했다. 어떻게 보면 KT덕에 직관을 갈 수 있었고,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팀이 LG와 라이벌 아닌 라이벌 관계였기 때문에 괜히 LG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현재는 전적이 어떤지도 모른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으로 한국시리즈로 올라오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심지어 정규시즌에서도 꼴찌에서 2위로 올라왔다니! 이 팀 역시 매력적이다. 또,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팀의 감독이 지금 LG감독으로 있는데, '라떼는' 우승을 못했는데 다른 팀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LG팬들이 염원하던 우승을 하는 모습이 보고 싶기도 했다. LG 우승이 확정되고 29년 동안 기다려온 엘지 팬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기억에 남는다. 스포츠는 항상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감동을 준다. 그래서 여러 사건들과 문제 속에서도 계속 인기가 있는 거겠지..?
올해의 LG, 정말 대단했다 이제는 축하의 박수를...!!!!!
3차전 직관을 가는 길에 '나 오늘 박병호 홈런 보고 갈 거야'라고 말했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박병호를 이제 다른 팀에서 응원해야 한다니. 응원가도 그대로여서 느낌이 뭔가 이상했다. 2년째인데도 아직도 느낌이 이상해,,,, 'KT 위즈 박병호'라고 응원을 해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묵음...) 박병호'하게 된다. 박병호가 꽤 잘하고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매 타석마다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리고 오늘은 뭔가 해줄 것만 같았다. 기대가 현실로 바뀌는 순간은 정말 짜릿했다. LG팬들이 군데군데(아니,,, 절반이상) 있는 1루석이었지만, 있는 힘껏 소리 지르고 함께 좋아했다! 이렇게 짜릿한 역전이라니. 너무 추운 날이었지만 추위는 느낄 겨를도 없었다. 이대로 기세는 KT로 넘어온 것 같고 당연히 이길 줄만 알았다. 하지만.... 9회 초, '오스틴 타석까지는 안 오고 끝났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한 게 무색하게 다시 역전을 당했다. 9회 말 2 아웃에 에러로 다시 기회가 오나...? 싶었지만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솔직히 너무 재밌는 경기였지만 내가 생각보다 KT를 더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나 보다. 박병호의 홈런이 이대로 잊히기엔 너무 역대급 경기가 아닌가 아쉬워 죽을 뻔했다. 한국시리즈는 한국시리즈인가 보다. 정말 너무 재밌었다. KT에게 타격이 너무 큰 패배여서 다음날도 쉽지 않겠다 싶었다. 역시나.... 결과론이지만 금요일에 직관을 갈까, 토요일에 직관을 갈까 고민 많이 했는데 금요일에 다녀오길 잘했다. 이런 경기를 현장에서 즐길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 나는 솔로 돌싱편보다 더 재밌고 도파민 폭발하는 야구 경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시절 우리팀이었던 박병호 외에 박동원도 이 경기에서 홈런을 쳤다.)
나도 한때는 야구에 미쳐(?) 지낸 적이 있었다. 쉼 없이 대학 생활을 4년 하고 나서 '나도 휴학할 거야!'라고 말했던 그 해에 나는 프로야구단 객원마케터 활동을 했고, 아마도 홈경기의 85% 이상은 빠짐없이 야구장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랬나 싶지만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했었다는 것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더군다나 내가 응원하던 팀이 그 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었으니 추억은 배를 넘어 제곱이 된다. 이번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LG의 염경엽감독과 KT의 이강철감독이 그때는 감독과 수석코치로 있을때였다. 그래서 올해 한국시리즈를 보고 더 옛날 생각이 많이 난 것 같기도 하다.
한국시리즈를 보겠다고 구단버스를 타고 함께 대구도 가고(대구에 도착했을 때 선수들이 차있는 버스인 줄 알고 밖에서 반짝반짝 기대하던 팬들의 눈동자는 아직도 기억난다.... 선수가 아니라 죄송......),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놓친 마지막 경기에서는 혼자 집에 돌아가는 버스에서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울면서 갔다. 져서 눈물이 난 것 같진 않은데 '나의 한 해가 이렇게 마무리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더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단순히 한국시리즈가 끝났을 뿐인데 이런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건 앞으로도 내가 야구를 놓지 않고 매년 한 번 이상은(아마 가을야구 때...?) 들여다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오랜만에 2014년, 1년 동안 함께 했던 객원마케터들에게 같이 야구 보러 가자고 제안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