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던져준 행운과 행복,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나는 3개의 부케를 받고 결혼식을 올렸다. 작년 9월에 한 개, 올해 7월, 9월에 하나씩 받고 10월에 결혼했다.
결혼식에서 빠질 수 없는 순서인 '부케 던지기' 요즘에는 생략하는 사람들도 있다곤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참석한 결혼식은 거의 다 부케 던지기를 했던 것 같다.
관심받는걸 (나름) 좋아하는 나는 처음 '내 부케를 받아조♥' 했을 때 '좋아!!!!!!!!!!!!!!!!!!!!! 꺄!!!!!!!!!!!'라고 했다. 개인 인생의 큰 이벤트 중 하나인 '결혼식'에 내가 동참할 수 있다니,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 부탁을 한 사람들이 내가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더더욱!
그런 이유로 고민할 필요도 없이 수락했는데, 부케를 받는다고 하니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해온다.
'그거 말려서 돌려주고 그래야 되잖아~ 난 부담스러워서 못하겠어!'
아...? 사실 받은 후는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저 이야기를 듣고도 '말려주면 되지? 말리는 게 뭐 힘들겠어?' 꽃 단 한 번도 말려보지 않은 사람+길러본 식물이라곤 다육이 밖에 없는 사람의 마인드였다.
첫 번째 부케를 받는 날, 사진 찍는 순서가 되어 작가님이 "부케 받으시는 분 신부 옆에 서세요!" 하시니 그때부터 두근두근 떨려온다. '내가 이 꽃을 놓치면 어쩌지? 내가 꽃 떨어뜨려서 망가뜨리면 어떻게 해ㅠㅠ 아니야 근데 나 잘할 거 같아!'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부케는 놓치지 않고 잘 받았고 예쁜 사진이 나올 때까지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휴~ 다행ㅎㅎㅎㅎ' 결혼식 내내 신부손에 들려서 신부를 더 아름답게 해 줬던 부케를 내가 들고 다니니 기분도 괜히 좋았다. 결혼식 장소가 서울역 근처여서, 경기도 거주자인 나는 서울 간 김에 오랜만에 남자친구(현 남편)와 서울데이트를 했는데 꽃을 그렇게 하루종일 들고 다니면 시든다는 것... 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활짝 펴있고 하얗고 예뻤던 부케는 점점 더 활짝 피면서 갈색이 되고 있었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보니 내가 말릴 수 있는 꽃은 한아름 많았던 꽃에서 20프로도 채 남지 않았다. '아.. 이래서 다들 어렵다고 했었구나...'를 느꼈다. 그래서 다시 돌려주지 말까? 도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나에게 꽃을 줬던 신부가 기대하고 있으면 어쩌지,,, 하면서 공방찬스를 쓰기로 했다.(역시 자본주의 최고다.) 공방에 있던 꽃을 섞어 배치하니, 그럴듯한 부케 캔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부케캔들을 신부에게 돌려줬을 때 너무 행복해하는 신부의 모습을 보며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너무나도 기뻤다. 그리고 원데이클래스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직접 만드는 부케캔들 역시 너무 재밌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부케는 울산에서 받았다. 나의 부케를 받기로 했던 친구는 나보다 빨리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고, 반대로 내가 부케를 받게 되었다. 비 내리고 날씨가 흐렸지만, 반짝반짝 너무나도 예쁜 신부를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날은 청첩장부터 핑크핑크했던 신부의 취향에 따라 신부를 닮아 너무 예쁜 핑크색 장미 부케였다. 한번 받아봤다고 이번에는 당당하게 운동선수처럼 '이거 쉽지~ 착!'하고 부케를 받아냈다.
부케를 받게 되면 부케 받으러 나가기 쉬운 동선을 위해, 친구 사진을 찍을 때 신부 옆에서 찍게 되는데 여기 서서 사진을 찍어보니 신랑신부가 뽀뽀하는 모습을 너무 가까이에서 보게 돼서 조금 부끄러웠다. 내 친구의 뽀뽀장면을 코앞에서 보다니..... 아름답지만....ㅎㅎㅎㅎㅎ 이런 느낌.....?ㅋㅋㅋㅋㅋ 이번에도 부케를 돌려줄 생각! 이번에는 저번에 공방에서 한번 해본 경험을 가지고 혼자...!!! 셀프로 해보기로 다짐했다.(사실 여름이고, 멀리서 와서 그런지 이미,,,, 저번보다 꽃이 더 예쁘게 못 말릴 것 같은 상태여서 그런지 공방에 문의를 했지만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셀프로 하기로....!!!!!) 정성스럽게 옷걸이에 하나씩 걸어서 건조를 시작했고, 꽃은 점점 작아지면서 잘 마르고 있었다. 역시나 더웠던 올해 여름 잘 마르던 꽃은 어느 순간 구워삶아져 버렸다. 그래도 어찌 저찌 만들긴 해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해 둔 재료로 젤캔들 홀더를 만들어 보았는데 꽃이 이미 안 예쁘게 말라서 이리보고 저리 봐도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만들고 나서도 이걸 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어 친구에게 전달했다. 친구는 고맙다고 했지만 나는 친구를 잃는 거 아닌가 정말 걱정 많이 했다.(글을 쓰며 친구가 생각나서 연락해 보았는데 답장이 잘 오는 걸 보니 친구를 잃지는 않았나 보다!)
이 시행착오를 거쳐 세 번째 부케는 받자마자 바로 공방으로 가지고 달려가기로 다짐했다. 두 번째 신부야 다시 한번 미안해....
세 번째 부케는 내 결혼식을 한 달 앞둔 시기였다. 갑작스럽게 이사와 대출 변경 등으로 제일 정신이 없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건조는 공방에서'라고 생각하고 오늘의 신부는 얼마나 예쁠까 기대하면서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역시나 너무 아름다운 신부를 만나는 결혼식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좋은 일을 같이 축하한다는 일 자체가 너무 행복한 일 아닌가...! 이번 결혼식은 내 결혼식을 한 달 앞둔 시기여서 그런지 기분이 영 묘하다. 맨 처음 친구 결혼식에 갔을 때는 맨날 눈물 흘리며 돌아왔지만, 점점 가는 횟수가 늘면서 눈물도 사라지고 신나게 웃다가만 왔는데 이번 결혼식은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고인다. 동생들의 축사 한마디 한마디, 축가가 왜 이렇게 눈물이 나게 들리는지 아직도 이유는 모르겠다. 그리고 처음으로 지금까지는 절대 보이지 않던 손님들을 맞는 신랑 신부 입장에서 '결혼식이 정신없다더니 이렇게 정신없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달의 나의 결혼식을 생각하며 너무 이입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부케를 받고 신랑과 신부사이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내 생의 부케 받기 임무는 완료되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마지막 부케캔들을 만들러 갔다. 공방에서 예쁘게 잘 마른 부케를 가지고 직접 만든 캔들을 신부에게 전달하고 나니 정말 끝이 났다! 이제 내 생에 부케란 단어는 없겠지?
세 번의 부케 받는 사람이 되어보니, 이미 소중한 친구들이었지만 부케로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서로에게 더 의미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소중한 사람의 소중한 순간을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부케는 행운과 행복을 전달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니 친구들이 전해준 행복과 행운은 다 내 거다! 오늘도 내가 만든 부케캔들이 신혼집에서 예쁘게 간직되고 있길 바라며 친구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구보다 기원한다. 내 친구들의 기운을 받아 나도 잘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