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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와샐리 Dec 11. 2023

엄마가 더 가고 싶어 했던 더현대서울 방문기

인스타를 안 해도 크리스마스 핫플은 가야 하는 소녀 중 소녀 우리 엄마

요즘은 연말이 되면서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 소란스럽다.

언제부턴가 '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은 모두가 열광하는 볼거리가 되었고, 우리 엄마도 그중 한 분이셨다.

크리스마스라면 나도 꽤 좋아하는데, 나보다 더한 사람이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었다니!

사실 2021년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주 큰 이슈가 됐었다.

이 장식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명동으로 모였고, 블로그에도 '꿀팁, 잘 보이는 곳'등의 다양한 정보가 올라왔다. 사람 많은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가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예쁘구나 하고 넘기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우리 엄마, 직접 구경하러 가고 싶다고 했다. '연말은 휴가지!' 마인드를 가진 내가 집에서 뒹굴 뒹굴 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2021년 12월 29일 엄마 손을 잡고 명동으로 구경을 간 적이 있었다.

역시나 많은 인파에 제대로 보기도 어려웠지만 정말 예쁘긴 했다. 그리고 가장 예뻤던 건 반짝 거리는 눈으로 카메라를 누르면서 구경하던 우리 엄마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연말이 마무리되고, 바쁘다는 핑계로 또 잊고 살았다. 우리 엄마가 크리스마스에 진심이었다는 것을!


2021년의 신세계 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이 큰 이슈가 되고 난 이후로부터는 거의 모든 백화점에서 누가 이기나 시합하듯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로선 많은 볼거리가 생긴 다는 건 매우 기쁜 소식!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고, 12월이 되기도 전에 백화점이 앞다퉈 크리스마스 마케팅을 시작했다. 올해 핫플은 '더현대 서울'의 크리스마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엄마의 귀에도 '더현대 서울'이 흘러 들어갔다. 모임을 다녀오고선 다음 모임은 '더현대 서울'로 가기로 했다고 나에게 예약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예약, 뭐 그거! 쉽지! 하면서 엄마에게 큰소리를 땅땅 쳤지만 예약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왕년에 티켓팅 좀 했었던 나도 예약창도 보지도 못하고 마감됐다는 창만 보았다.) 

더현대 서울의 크리스마스 'La Boutique d'harry'는 예약을 통해 입장할 수 있는데, 예약이 열리면 30분도 되지 않아 예약이 마감되었다는 공지가 올라온다. 다행히 엄마 모임에서 아무도 예약에 성공하지 못해 약속은 다른 장소로 변경됐다고 했다.(휴 다행..)

예약에 실패했어도 엄마의 '올해 더현대 서울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러 가봐야겠어!'라는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 엄마는 임영웅, 나훈아에 큰 관심이 없으셔서 지금까지 티켓팅으로 효도할 일이 없었고, 효도의 장벽이 높지 않은 듯했지만 나에게 더현대 서울 티켓팅의 임무가 떨어졌다.

15일씩 예약받는 더현대, 아직 나에겐 두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첫 번째 티켓팅 때는 회사에서 일하느라 바빠서 놓쳤지만 두 번째 기회는 꼭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두근거리며 인스타그램도 안 하던 내가 '더현대 서울'을 팔로잉하고 대기했다. 링크가 열리고 바로 눌렀지만 나의 대기 순서는 16000번대...^^.......

엄마 미안해...... 를 외치며 '마감되었습니다'를 보고 웹 창을 닫았다.

이렇게 엄마의 꿈을 저버릴 순 없어!!!!! 또다시 검색을 들어갔다.

'예약 없이 들어가는 법'을 검색하니 다양한 정보의 글이 쏟아진다. 몇 군데 읽어보니, '현장 웨이팅'이라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좋았어. 이거야!!!!!!!' 방법을 터득했으니 당당하게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주 일요일에 여의도 가자!"

"예약한 거야?"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팁을 알아냈어!"

"그래 가보자. 같이 구경 가자"


이렇게 당당히 약속을 잡고 약속 당일. 미리 알아본 꿀팁을 이용해 현장 웨이팅을 등록한다.

오전 10시 30분에 등록했는데 웨이팅 번호가 839번이다. 숫자가 말해주는 인기가 정말 놀라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여기저기서 시간 보내다 보면 오늘 안에는 볼 수는 있겠다 싶었다. 어깨가 또 으쓱해졌다.

시간은 흘러 오후 1시 14분에 입장하실 차례라는 메시지가 왔다.

엄마는 입장하기도 전에 멀리서 보이는 트리를 보고 이미 카메라를 열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엄마 안에 들어가서 찍자~~ 안이 더 잘 보일 거야!"

너무 신나서 웃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했고, 얼른 같이 올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들 들떠있는 모습이 나도 덩달아 설레고, 들뜨는 마음으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여기서도 찰칵, 저기서도 찰칵.

우리 엄마는 들어가자마자 찍은 사진을 전에 '더현대 서울'을 같이 가자고 이야기했던 모임의 단톡방에 열심히 보내고 있었다. 너무 예쁘다며 셔터를 계속 누르고, 찍은 사진을 자랑하는 모습이 인스타를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엄마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동생과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동생이 엄마의 설레는 목소리를 전화 너머로 듣고 '엄마는 엄청 신났네?'라고 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다 뒤돌아보니 엄마가 사라져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또 들뜬 목소리로 '사진 찍으려고 줄 서 있어! 여기로 와!'

분명 어제 더현대의 크리스마스를 가장 즐겁게 즐기는 사람을 뽑는다면 바로 우리 엄마였을 것이다.


우리 부부의 디렉터가 되어서 사진도 많이 찍어주시고, 신난 모습도 많이 보여준 엄마 덕분에 아주 보람 있고 뿌듯한 하루가 되었다. 엄마의 설레어하는 모습 덕분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하나도 안 힘들었던 것 같다! 

너무 사랑스러운 우리 엄마, 앞으로도 예쁜 크리스마스 함께 즐기러 매년 함께 다닙시다!♥

(다음엔 아빠도 같이..)


ps.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 보니 2022년에도 이천의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시몬스 테라스'에 엄마와 동생과 같이 다녀왔었네^^

엄마가 사라졌을 때 들어가려고 줄 서 계셨던 곳에서 한 컷!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 엄마와 함께 보고 온 크리스마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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