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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와샐리 Nov 06. 2023

결혼

한 번쯤은 기록하고 싶은 일

결혼한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결혼 끝나고 이삿짐 싸고 부랴부랴 신혼여행 다녀오니 회사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들이 기다렸다고, 얼른 나를 처리해 달라고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처리해야 할 업무까지 처리하니 어느덧 금요일.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결혼 끝나면 더 바쁘다더니 그걸 체감한 한 주였다. 그런데도 아직 집은 난장판인걸 보니 결혼이 정말 큰일이긴 한가보다.


결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내가 다음 주에 결혼한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일주일 남은 느낌이 어때? 하고 연락이 오곤 했지만, '아무 느낌 없어~ 나 결혼하긴 하는 거지?'라고 답변했을 뿐, 정말 아무 느낌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 3일 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이 하나 둘 오기 시작한다. 단순한 연락이 아닌 입금 또는 카카오 송금과 함께...^^ 이걸 받기 시작하니 '아 나 곧 결혼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 결혼식에 꼭 참석해 줄 것 같았던 지인도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이 오기도 했는데 서운함을 느낄 새도 없이 그냥 '내 손톱이 맘에 들지 않아, 갑자기 내가 고른 드레스가 안 예쁜 것 같아...' 하는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말도 안 되는 다양한 예민거리로 목요일, 금요일을 보냈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며 꼭 들었던 말 중 하나가 결혼 준비하면서 인간관계가 정리된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나름 겁먹기도 하고 걱정도 했지만 내가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청첩장을 줘서 그런지 큰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청첩장도 직접 주지 못했지만 어떻게 알고 연락했는지, 그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반면에 나에겐 소중한 추억이어서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줬는데, 단 한 명도 오지 않은 그룹도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혼자 괜히 쥐고 있었던 관계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덕분에 '이 관계는 여기 까지구나!'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서운하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그러진 않았다. 나에겐 고마운 사람들과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 훨씬 많았기에! 그냥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였을 뿐이다. 


사실 3주 전에 결혼식을 올리고 받은 사진을 아직도 다 보지 못했다.

(거의) 내 카카오톡 친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신혼여행 다녀오면 봐야지 하는데, 신혼여행을 다녀와도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뭔가 남아있다.

사실 신혼여행 가서도 사진 엄청 많이 찍었는데 SNS도 하지 않는 나는 다시 열어본 적이 없다.(언젠간 열어보겠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 같다. 

그래도 집에 가면 분리수거를 일주일에 하루만 하는 우리 신혼집에 맞춰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겠지...? 이게 결혼인 것 같다.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 나가는 것..


그럼 오늘은 퇴근하고 나서 꼭,, 결혼식에 참석해서 예뻤던 나와 남편의 모습을 담아 보내준 사진들을 저장하고 곱씹어 봐야지!(사실 결혼식에서 해방됐다는 기쁨에 아직 다시 돌아볼 준비는 안 됐지만, 이랬다가는 보내준 사진이 저장기간 만료로 다 사라질 것 같아서 부랴부랴 해놓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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