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침번 서는 민물도요

by 서서희

불침번 서는 민물도요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제주에서 비행기 타기 전

아메리카홍머리오리와 흰죽지꼬마물떼새를 못 찍어

종달리 해변을 샅샅이 누비고 다녔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많은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

뭐냐고 물으니 도요 같다 한다

날아간 곳에 가 열심히 살폈으나

보이지 않았다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데

모래밭에 뭔가 작은 돌멩이가 보인다

아니면 모래밭에 솟아난 작은 죽순...


'어, 저거 뭐지?'

카메라와 쌍안경으로 자세히 보니

도요 수십 마리가 모래밭에 앉아 취침 중


한참을 살피던 남편이 웃으며 말한다

한 놈이 불침번을 선다고...

그럴 리가 있냐고 웃으면서 보니

모두 다 다리 깔고 자는데

정말로 한 놈이 불침번을 선다

눈 크게 뜨고 지키고 있다


돌아가며 하는 건지

대장 혼자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새들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는 거

살기 위한 생존 전략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신기하기만 했다


누가 '새 대가리'라고 했는가?


나만 잘 살겠다고

다른 사람 아랑곳 않는

잘난 인간들보다

저 작은 새들이

낫지 않느냐고...


종다리 해변에서

도요들에게

함께 사는 법에 대해

한 수 배우고 돌아왔다


떼로 날고 있는 도요(집에 와서 살피니 민물도요라고...)
질서 정연한 도요들의 날갯짓
모래밭에 웬 돌멩이? 솟아난 죽순?
친구들 쉬라고 불침번 서는 도요
불침번 도요
불침번 도요
불침번 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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