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바도르 달리전>을 다녀오다
대전에서 올라온 친구와 함께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살바도르 달리전>을 다녀왔다. 생각보다 날이 좀 추웠고, 평일이라 관람객이 적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줄을 서서 차례대로 천천히 관람하느라 거의 2시간이 걸리고, 너무나 다리가 아팠다. 중간에 쉬었다 관람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점이 좀 아쉬웠다.
사진 촬영 금지라 내용을 일일이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대략 기억나는 것을 적어보자면,
1. 달리 평생의 연인 갈라
- 10살 연상이고 남편과 아이가 있던 갈라와 만나 평생 해로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처음엔 사랑만 하는 사이였지만 '갈라는 달리라는 남자를 만나 그야말로 허공에 붕붕 떠다니는 천재를 지상의 천재로 만드는데 온 인생을 바친다.'(네이버 지식백과)라고... 달리는 갈라라는 인생의 여자를 만났기에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달리의 그림에 영향을 미친 밀레의 '만종'
- 밀레의 '만종'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하는 구절이 나온다. 그러면서 그의 작품 곳곳에 '만종'에 나오는 두 부부의 모습이 크든 작든 많이 삽입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달리의 그림에는 유명한 작품을 모방하되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한 것들이 있는데, 미켈란젤로나 벨라스케즈의 작품들을 원본과 비교하며 전시하고 있었다.
3. 달리의 그림에 영향을 미친 화가 피카소, 프로이트
- 전시회에는 작가 초기의 평범하던 작품이 피카소를 만나면서 그림의 내용이 변하는 것이 보였고,(내 눈에는 평면적이다가 입체적으로 변하는 것이 보였다.) 프로이트를 만나면서 꿈에 대한 내용이 그림 속에 삽입되어 나타나는 것이 작품 곳곳에서 보였다. 천재 화가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과 영향을 받되 자기 나름대로 재창조했다는 점, 모방이 아닌 재창조의 단계로 넘어갔기에 천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달리의 그림 속에 나오는 상징물
- 시계, 목발, 개미, 사이프러스 나무, 줄넘기하는 여자, 신발 등등이 달리의 그림 속 상징물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래서 전시를 보면서 그림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이런 상징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시계라고 하면 <기억의 지속> 같은 작품이 유명하지만 이번 전시물에는 빠져 있었다.
5. 책의 표지, 삽화와 영화에 영향을 미친 달리
- 달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돈키호테> (셰익스피어> 등 책의 삽화를 그렸는데, 우리가 기억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삽화는 디즈니 만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달리의 삽화는 책의 내용을 자기 나름 해석해서 그린 것이어서 좀 달리 보였다. '창작물인 문학을 재해석해서 재창조한 전혀 색다른 작품(?)'이라고 할까? 삽화라고 하면 문학의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달리는 삽화도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승화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6. 수많은 사람과의 협업
- 달리는 미국으로 건너와 영화배우, 패션 디자이너, 배우, 가구 디자이너 등과 협업을 했다고 한다.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어느 정도 그 분야에 기여했다는 생각이 든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 달리의 영향으로 조금 더 상상력이 풍부해졌다고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7.' 나는 죽지 않는다'라고 공언했지만...
- 그렇게 건재를 과시하던 달리도 갈라의 죽음으로 인해 충격을 받고 폐쇄적이 되었고 죽음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천재라고 공언하던 달리도 연인인 갈라가 있었기에 그 천재성이 유지된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전시관을 나오면서
- 전시를 보는 내내 나는 달리의 그림이 좀 어려웠다. 전시물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지만 나는 그림 속에서 설명한 바를 찾아내기 힘들었다. 그림에 문외한이라 그런가 해서 좀 서글퍼졌다.
- 이렇게 긴 전시를 한 번에 본다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전시관을 나오면서 친구가 하는 말이 '우리가 제일 나이가 들었더라'라고... 젊은이들이 많아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이 나이에도 이런 전시를 보러 올 수 있는 건강과 여유가 허락된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