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둘레길 1-1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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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하는 서울 둘레길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40년 지기 친구들이다. 78학번 대학 동기로 만나 44년이 되어간다. 대학 동아리를 함께 하고, 졸업하고, 결혼하고 노년에 들기까지 7명이 한 달에 한 번 만날 때도 있고, 1년에 한 번 만날 때도 있었다. 개인 사정에 맞춰 만나는 날짜를 조정하고, 되도록이면 매사에 모든 친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처음에는 결혼식과 집들이, 돌잔치로 시작해 결혼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수다로 푸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 어머님이 "쟤네들은 무슨 낙으로 모여서 노는지 모르겠다" 할 정도로 노래방도 모르고, 고스톱 같은 놀이도 할 줄 모른다. 그저 밤새도록 이 얘기 저 얘기하면서 맥주 한 잔 하는 것이 낙이다.
2년에 한 번 모은 돈으로 해외여행 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동남아 정도 갈 금액이 모여 방콕 여행을 예약했지만 코로나로 손해를 보고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든 상황이 풀리면 다시 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 낙관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할 수 없이 곗돈이라는 명목 하에 돈 모으는 것을 취소하기로 했다. 나눠 갖고 '자기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누구는 건강이 나빠져 병원비로, 누구는 '여행을 포기할 수 없다'라고, 누구는 손녀 초등 입학 선물로 책상과 침대를 사주기도 하고, 나는 나를 위해 큰맘 먹고 '고가(?)의 그림'을 구입했다.
그래도 모여서 뭔가를 해야지 고민하다가 건강을 위해 함께 운동으로 걷기를 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7명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은 되지 않아 4명이 먼저 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친구와 함께, 버킷리스트>라 명명했다. 몇 년 전에 제주 올레길을 몇 구간 함께 걸었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1박을 하기도 하고, 2박을 하기도 했다. 한 구간을 걷기도 하고, 다섯 구간을 걷기도 했다.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도 함께 걸었다. 그때 좋았던 기억을 바탕으로 다시 걷는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서울 둘레길부터 해파랑길, 지리산 둘레길 완주, 제주 올레길 완주, 그리고도 건강이 허락하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까지...
각자의 생활이 있으니 일단 한 달에 한 번 만나 걷자고 시작했다. 서울 둘레길만도 18개월이 걸리고, 해파랑길까지 가지면 몇 년 걸리는 계획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다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걷고, 웃고, 떠들고 하면서 그 시간을 즐기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계획은 18개월이지만 날씨가 좋아지면 한 달에 두 번 만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고 시작했다. 첫날인 1월 8일은 구름이 끼고 날이 쌀쌀했다. 도봉산역부터 당고개역까지 64Km 2시간 40분 정도 걸었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당고개역부터 화랑대역까지 가보자고 했다. 수락산 코스가 '상'으로 되어 있어 그날 날씨에 따라 갈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 같다.
아파트를 지나면서 아파트가 너무 많다는 말에 친구 왈, "요즘 책을 보는데 나이가 들수록 욕구는 줄이고 욕망을 키우라는 말이 나온다"며 나이가 들수록 노년이 길어지기 때문에 길어지는 노년을 즐거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조금 더 힘겨운 구간을 걷고 난 후 바위에 앉아 쉬면서 친구 왈,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노새들의 휴식'인 것 같다. 왜냐하면 야자매트를 걸어오다 보니 나 자신이 소금 짐을 지고 올라오는 노새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해서 서로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한다. 40년을 마음 맞춰 살아왔으니 앞으로 서울 둘레길 남은 구간도 웬만하면 계획대로 걸어낼 거라고 믿는다. 말이나 글보다는 그때 그 순간을 즐기면서 건강이 허락되는 한 완주해 보려고 한다.
당고개역 2번 출구 앞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들깨수제비와 부추전, 묵무침(종이 공기에 담긴 묵이 2,000원, 참기름과 김가루로 무친 묵이 4,000원) 등 가성비 최고의 음식이었다. 다음 모임도 여기서 하자고 했다. 여기서 이른 점심을 먹고 수락산 나머지 구간을 걸으면 좋겠다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조금은 추웠다. 하지만 따뜻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고 따뜻했다. 그리고 들깨수제비와 묵무침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