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을 또 다녀오다...

by 서서희

창덕궁 후원을 또 다녀오다...


글 서서희


항상 창덕궁 후원을 못 가봤다고 생각하고 한 번은 가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 창덕궁 후원 예약을 하고 다녀왔다. 그런데 부용지에 가서 규장각 주합루를 보면서 옛날에 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한심함이여...

그래도 정리를 해 놓지 않았으니 잊었을 거라 핑계를 대면서 오늘은 다녀온 것을 정리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야 다음에 또 가지 않을 것 같아서...


요즘은 날씨가 들쭉날쭉한 것 같다. 어느 날은 봄날같이 느껴졌다가 오늘은 비슷한 기온인데도 한 겨울 같은 쌀쌀한 느낌이 들어서 옷깃을 여미고 다녔다. 그래도 창덕궁 후원 앞에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0여 명쯤 되는 사람들이 11시에 맞춰 모여들었다. 후원 해설은 부용지, 애련지, 존덕정과 연경당 순으로 돌았다.


우리는 흔히 창덕궁 후원을 비원이라고 부르는데, 비원은 창덕궁 후원을 관리하던 관청 이름이라고 한다. 정식 명칭은 후원이라고 하며, 이 외에도 '내원(창덕궁 안이라고)' '금원(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서)' '북원(창덕궁 북쪽이라고)'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지만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이 불렸다고...


창덕궁 후원을 보고 전각을 보면서 느낀 점만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겨울인데도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다른 계절에 한번 더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이런 좋은 경치를 내 발로 걷기보다는 가마를 타고, 말을 타고 돌았다는 왕들을 생각하니 좀...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47세(?), 왕비의 평균 수명이 51세(?)라고 한다. 누구를 위한 아름다운 경치인가?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일만 하느라 즐기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2) 정조와 관련된 규장각, 주합루가 인상 깊었다. 부용정의 아름다운 건축미, 그리고 존덕정에서 볼 수 있는 정조의 과시(?)도. 하지만 <책에 미친 바보>라는 책을 읽으면서 북학파에 대해 알게 되었고, 서얼 학자들을 등용한 정조 덕에 천대받던 서얼들이 역사 속에 등장했다는 사실, 그를 감격해하던 북학파 이야기 등이 떠올랐다.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와 혜경궁 홍씨 등에 얽힌 풀리지 않는 관계 등도...


3) 애련지와 의두합에서 순조와 효명세자 이야기를 나는 처음 들었다. 역사를 배울 때 영조와 정조 이야기만 깊이 배웠고 순조와 효명세자 이야기는 배우지 못했다. 또 한 번 나의 무식함이 드러났다. 그래서 효명세자에 대해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궁을 나왔다.


4) 궁궐 안에 여염집 민가 양식인 연경당을 지었다는 점, 궁궐에 사는 왕손들에게 일반 양반들 사는 모습을 체험시키기 위해 지어졌다는 설(?)이 있다고도... 겨울이라 가지 않은 옥류천 일원에는 벼농사를 짓던 곳도 있다 하고, 궁궐 안에 오래된 뽕나무가 있는 것은 누에를 기르는 것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궁궐이라고 해서 아주 동떨어진 세계에 있던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5) 후원을 보고 나와 전각을 구경했다. 인정전 일원은 왕과 왕가 사람들 몇 명이 사는 공간으로는 너무 넓은데 비해 궐내각사의 밀집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문관, 내의원, 규장각, 내문관 등 관리들이 일을 하는 곳인데 정말 미로가 따로 없을 정도로 심각해 보였다. 관리들이 길을 가다가 서로 어깨가 부딪혀 싸움이 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선정전도 마찬가지였다. 왕이 신하들과 더불어 일상 업무를 보던 곳이라는데 역시 비좁기는 마찬가지였다.


* 창덕궁을 돌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지 않는 나 자신을 반성했다. 왜 자꾸 그 이면을 생각하는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정치판의 혼선을 보면서 그 옛날 조선시대의 정치를 생각하는 나 자신을...


KakaoTalk_20220129_175224269_12.jpg 부용지에 있는 부용정, 아름답기는 하지만...
KakaoTalk_20220129_175224269_05.jpg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고...
KakaoTalk_20220129_175224269_20.jpg 애련지와 애련정
KakaoTalk_20220129_175224269_28.jpg 존덕정 내부 모습
KakaoTalk_20220129_175314663_03.jpg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는 존덕정지
KakaoTalk_20220129_175314663_11.jpg 궁궐 안에 일반 여염집 건물이...(연경당)
KakaoTalk_20220129_175314663_13.jpg 공부를 하던 건물이라는데, 오후 늦게 들어오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만든 여러 가지 장치들이 돋보였다
KakaoTalk_20220129_175314663_16.jpg 수령 700년 된 향나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KakaoTalk_20220129_175224269_22.jpg 여기저기 오래된 나무들이 더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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