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박물관 기획전시, 내방가사 <이 내 말삼 드러보소>
- 한글박물관 기획전시, 내방가사 <이 내 말삼 드러보소>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하는 기획전시, 내방가사 <이 내 말삼 드러보소>를 보고 왔다.
내방가사란 여성들이 창작한 가사를 이르는 말로 규방가사라고도 부른다. 4 음보의 운율로 지어진 글로 4 음보 이외에는 별다른 형식적 규칙이 없기 때문에 한글을 아는 여성들은 누구나 쉽게 가사 창작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영남지방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하며, 당대 여성들의 삶과 문화가 그대로 녹아있어 여성기록사적 가치도 크다고 한다.
내방가사의 내용 중에 특히 재미있었던 것 몇 가지를 소개한다.
시누이와 올케 간에 주고받은 가사가 있었다. 시누이들과 올케와의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는 내용으로 속으로만 갖고 있을 생각을 이렇게 글로 나타내고 그것이 남아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또 하나는 화전놀이를 하는 여자들을 조롱하는 남자들의 가사가 있고 그를 비판하는 여자들의 가사가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후에 남자가 고백한 가사가 더 있었는데, 여자들의 화전놀이가 부러워서 조롱했다는 말과 그때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쓴 가사도 남아있었다.
또 구한말에는 여성들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가사도 있었고 남편이나 시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가 독립운동을 하던 여성이 쓴 가사도 있었다. 이 여성은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일본군에게 경고하는 벽보까지 붙였다고 한다.
내방가사는 작게는 자신의 일상사를 기록한 일기 수준의 글도 있었지만 어른으로서 자식들에게 주는 교훈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교육, 역사, 애국에 이르기까지 그 주제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시를 보면서 내방가사를 여자들이 쓴 푸념조의 글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전시를 기획한 분들께 말씀드리면...
붓글씨로 쓰인 글(그것도 세로 쓰기로)이다 보니 그 내용을 다 읽기 힘들었다. 국어 전공인 사람도 읽어내기 힘들었으니 일반인들은 더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다음번 전시에는 일반인들도 알아보기 쉽게 내용을 현대어로 풀어서 옮겨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또 하나 내방가사 짓기의 기술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하나하나 읽다 보니 혹시 '브런치 글을 쓰는 기술(?)'이라고 해도 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 첫째 듣는 이를 부른다.
- 둘째 가르치는 말을 적는다.
- 셋째 나의 이야기를 쓴다.
- 넷째 주변인을 소개한다.
- 다섯째 가사로 답가를 쓴다.
- 여섯째 겸손하게 맺음말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