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트롱이 달을 밟던 그 해 나는...

- 삼척 진주초등학교를 다녀오다

by 서서희


암스트롱이 달을 밟던 그 해 나는...

- 삼척 진주초등학교를 다녀오다


글 서서희


국민학교 3학년 시절,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딘 1969년. 나는 삼척 진주국민학교를 다녔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삼척 중앙병원 간호사로 취직한 엄마를 따라 삼척으로 내려갔다. 오빠는 공부를 시켜야 하니까 서울 이모집에 두고... 전학 전인 겨울에 내려간 모양이다. 눈이 얼마나 왔는지 발이 푹푹 빠지는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기차를 타고 갔는데 굴도 많아 무서웠던 기억도...

국민학교 교실은 무척 낯설었다. 아이들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게 강원도 사투리라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학교 생활이 달라졌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아나운서 시험을 보라고 하셨다. 국어책을 읽는 시험이었다. 서울에서 내려간 나는 사투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점심시간이면 교내방송을 했다. 음악을 틀어주고 간단한 전달사항을 말해주는 교내방송이었다. 조금 지난 후엔 방과 후에 남아 커다란 원반 테이프에 직접 녹음도 했다.

나중에서야 그 시절 방송반 활동을 했다는 게 얼마나 큰 일이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1969년 강원도 삼척 자그마한 국민학교에서 고가의 방송장비로 3학년 아이들 스스로 녹음을 하고 방송을 하게 했다는 것. 다시 서울로 전학을 와서 고등학교 때가 돼서야 학교마다 방송제라는 축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번에 삼척으로 내려가 진주초등학교 교감선생님으로부터 그 시절 교장선생님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교장실에 있는 역대 사진과 그 시절 졸업앨범을 보여주셨다. 교감선생님께 50여 년 전 일을 말씀드리니 이렇게 찾아오는 분을 보니 당신도 교육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신다며 놀라워하셨다.

삼척에서의 또 한 가지 기억나는 일은 학교 앞에 기차가 다니는 철길이 있고 건너편에 '중앙병원'이라는 병원이 있었다. 그곳이 엄마가 간호사로 일하던 곳이었다. 어느 날 배가 아파서 조퇴한 나는 멀리 돌아서 병원을 갈 생각을 하니 너무 먼 것 같아 철길로 가로지르자는 생각을 했다. 오십천 강물 위로 놓인 철길은 아래가 훤히 보이는 곳이었다. 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몇 발짝을 내디딘 후엔 눈물 콧물 흘리며 기어서 건넌 것으로 기억난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후회했는지, 그리고 엄마에게 혼날까 봐 엄마에게는 아무 말도 못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가보니 하루에 한 번 기차가 다니고(과거엔 자주...) 사람들이 건너 다니기 쉽게 철판을 대어놓았다. 나는 그때 기억을 살려 한번 건너보았는데, 여전히 무서웠다.

내가 살던 곳도 찾아보았다. 집 앞에 가게집이 있었는데, 그 집에만 흑백 TV가 있어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디디는 광경을 마당에서 어른들 사이로 보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관동팔경의 하나라는 죽서루도 가보았다.

오랜만에 가 본 그곳에서 다시 또 느낀 것이지만 방송반 활동을 하던 그때 강원도 삼척의 1년이 내게는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싶다.


삼척 고속버스터미널
진주초등학교 현재 모습
진주초등학교 연혁(1946년 개교, 76년 역사)


방송반을 만들어주신 교장선생님(이번에야 성함을 알게 됨)
건너편 병원을 가기 위해 건넜던 철교(지금은 철판을 덧대서 물이 내려다보이지는 않았다)
그때 살던 집인 것으로 추정... 주변은 변했지만 이 집만 변함없는 듯 보였다
철교를 건너서 갔던 병원(중앙병원이었다가 삼척병원으로, 지금은 선한이웃병원으로 바뀜)
관동팔경 중 하나인 죽서루(관동팔경 중 누각은 여기 하나라고 함. 다른 곳은 모두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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