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과 함께 한 한가위 수리산

by 서서희

새들과 함께 한 한가위 수리산


사진 설남아빠

글 서서희


비탈진 중턱 작은 물가는 새들이 목욕하는 곳

쌓아놓은 나무 밑에 숨어서 몸단장하기 좋게

썩은 나무는 고라니 모양으로 새들을 지켜주는 듯

구름과 해가 숨바꼭질하는 가을날의 수리산


박새 한 마리 목욕하고 털을 가다듬는다

또 다른 박새는 땅콩 냄새 맡고 날아오고

귀한 몸 울새는 자리공 하나 입에 물고 날아가는데

사진에 찍힌 울새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숲새는 빠릿빠릿 바지런해 찍힐 새가 없다


깡패 동고비는 땅콩 먹는 박새를 내쫓고는

박새 몰래 땅콩을 물어다 나무 뒤에 숨긴다

여기저기 숨기니 찾을 수 있으려나?

열 중 두 개 확률?

어리석은 인간을 보는 듯


갑자기 나타난 큰 새 한 마리

암수 함께 다닌다는 어치

물만 먹고 조용히 가버린다

흰배지빠귀 새끼 한 마리 어느 사이 물가에

등치 믿고 얌전하게 물만 먹고 간다


남쪽에 흔하다는 연둣빛 동박새

우리가 기다리는 건 한국동박새

옆구리에 갈색 반점 한국동박새

어쩌나, 아니네

한국동박새는 아니지만 동박새도 귀한데

찍을 새 없이 나뭇가지 뒤에서만

그러다 달아난다


땅콩 맛을 모르는지 곤줄박이는

자리공 주변을 맴돌더니

땅콩 맛을 알고는

깡패 동고비도 무섭지 않은 듯

땅콩 주변만 맴돈다

흰배지빠귀 두 마리

한 마리는 자리공을 맛있게

한 마리는 요란스레 목욕을 하고 날아간다


갑자기 사방이 소란스럽다

지금은 목욕 시간인가 보다

곤줄박이 쇠박새 등 제각각 물을 적신다

새 구경에 지친 나는

지천에 깔린 산밤 줍느라 허리가 끊어질 듯

토실토실 산밤이 너무나 탐스럽다


한가위 어느 날 수리산 위장막에서

새들과 함께 하는 가을이 즐겁다



동박새.jpg 서산 개심사 동박새
한국동박새.jpg 한국동박새
울새.jpg 자리공을 물고 있는 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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