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 <알과핵>에서 신춘문예단막극전 <근무 중 이상 무>를 보고

by 서서희

내가 이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 <알과핵>에서 신춘문예단막극전 <근무 중 이상 무>를 보고


사진, 글 서서희


오랜만에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갔다. 연극과 관계된 지인의 공연이기에... 사전 정보 없이 갔는데 다녀와서 찾아보니 2022 신춘문예 단막극전의 한 공연이었다. 소극장 알과핵에서 진행되는 <근무 중 이상 무>로 평일에는 7시 반, 토요일에는 3시 공연으로 3번 진행된다.

신춘문예 단막극전은 매년 봄 일간지에서 발표하는 희곡 부문 당선으로 등단하는 작가와 기성 연출가들의 만남을 통해 연극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가능성을 발견하는 축제이다. 이번 축제는 공식참가작 8개 공연과 기획초청작 3개 공연이 진행되며 <근무 중 이상 무>는 기획초청작 중 하나이다. <근무 중 이상 무>는 현재 한국 연극계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 연출가들이 그동안 신춘문예를 통해 발표됐던 작품 중 작품성과 더불어 연극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선정하여 재공연 하는 '신춘문예 클래식전'은 1999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던 공철우 작가의 '근무 중 이상 무'로 극단 로열씨어터의 류근혜 상임연출이 연출을 맡았다. 연극에는 극단 '캔버스'의 민경준, 박인환, 이민성, 이윤상, 이관희가 출연한다.

<근무 중 이상 무>는 경비원 1과 경비원 2, 사무직 여사원, 퇴직 회사원, 보안업체 근무요원 등이 등장한다. 야간 경비 시간에 술을 마시거나 물건을 훔치는 경비원들, 회사 돈을 빼돌리는 여직원과 그 여직원의 비리를 고치려다 잘린 남직원, 사회에 처음 나와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보안업체 직원.

회사에서 잘린 남직원은 야간에 방화를 하기 위해 사무실로 침입하고, 그 시간에 회사의 자료를 빼돌리기 위해 늦게까지 컴퓨터 작업을 하는 여직원과 마주친다. 방화를 하려는 사람과 못하게 막는 사람이 다투는 와중에 술에 취해 순찰을 돌던 경비원 1과 아들에게 사줄 돈이 없어 사무실 컴퓨터를 훔쳐 나오는 경비원 2, 그리고 보안업체 직원까지 등장해 한참을 실랑이한다. 그러다가 각자 하려던 일을 하자고 결론을 내린다. 경비원 1과 경비원 2는 컴퓨터와 금고의 돈까지 훔쳐 달아나고, 여직원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컴퓨터 자료를 모두 지우고 유유히 사라진다. 남직원은 여직원이 지운 자료를 복구해 보안업체 직원에게 맡긴다. 이 자료로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을 협박해 돈을 벌든지, 경찰에 신고하든지... 남직원은 자신의 할 일을 모두 끝내고 자신을 다치게까지 하면서 방화를 실행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안업체 직원이 그 자료를 우체통에 넣는 것으로 연극은 끝난다.

우리는 보통 연극이나 영화를 볼 땐 해피앤딩을 원한다. 이 연극은 해피앤딩일까? 우체통에 넣은 자료를 바탕으로 정의가 실현될까? 가난하지만 아들에게 컴퓨터를 마련해 주고 싶은 아빠, 경비 중에 가끔 술을 먹기는 하지만 그로써 돈을 벌어야 하는 남편(?), 회사의 돈이나 자료를 아무렇지 않게 빼돌리는(상사가 눈을 감아주고 함께 비리를 도모하기에...) 여직원, 잘못을 고발하고 바로잡으려는 생각보다는 '싹 다 불 질러 버리겠다'라고 하는 남직원, 어떤 상황에서든 불의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보안업체 직원까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연극이었다. '나는?' '우리는?' 그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느라...

통상적인 연극과는 다르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출도 깔끔했고, 연륜이 드러나는 출연진들의 연기도 정말 좋았다. 이 연극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고발한 것인데 그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느라 돌아오는 내내 많이 고민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신춘문예 단막극전 일정 포스터
연극이 시작되기 전...

* 연극이 끝나기 전에 내용을 적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다시 정리했습니다. 더구나 가족이 연출한 작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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