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줄을 선 기다림 끝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이건희 컬렉션

by 서서희


오랜 시간 줄을 선 기다림 끝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이건희 컬렉션


글, 사진 서서희


주말에 가볼 전시가 있을까 하고 인터넷을 찾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들어갔는데, 이건희 컬렉션 관람 방법이 바뀌었다고 올라와 있었다. 이제까지 인터넷 예약이라 항상 매진이었는데, 이제는 1인 1매 현장 발권이라고 쓰여 있었다. 주말은 사람이 많을 테니 월요일이면 관람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갔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

입구에 도착하니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여기서부터 2-3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게시물이 붙어 있었다. 그래도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기다렸다. 핸드폰으로 웹 서핑도 하고 가져간 책을 꺼내 읽으면서 기다리자고 마음먹었다. 책을 반 정도 읽으니(동화책이라...)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집에서 9시 반에 나가서 관람을 마치고 나온 시간이 2시 가까이 되었으니 1시간 반 정도 기다리고, 1시간 반 정도 관람한 것 같다. 나올 때도 아침에 들어갈 때만큼의 줄이 늘어서 있었다.(참고하시길) 그래도 들어가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어서 줄 서는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삼성가의 기증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기증품 1488점 중 약 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전시가 이어질 거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무료일 뿐 아니라 우리가 교과서에서 듣거나 배웠던 작가와 작품들을 눈으로 봤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배우 유해진의 오디오 가이드 설명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몇 작품에 대해서만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1.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 지난번 환기미술관에 다녀오면서 김환기 화백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1913년생이면 고리타분한 할아버지일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파리에서 공부한 인텔리이고, 구상화가가 아닌 추상화가였고, 평생 미술관 짓기를 소원했으며, 부인 김향안 여사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미술관을 건립했다는 사실 등... 김환기 화백은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이며 한국적인 이미지들이 그림 속에 많이 등장한다고... 이 작품은 1950년대 방직 재벌의 개인 저택에 걸 대형 벽화용으로 주문 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2. 채용신의 <노부인 초상> : 채용신은 왕의 초상화를 그렸던 조선의 마지막 어진화사로 유명한데,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자 지방으로 내려가 '채석강 도화소'라는 곳을 설립, 이 도화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그림 주문 제작 공방으로 여기서 전문적인 초상화가로 활동했다고 한다. 극사실적인 묘사를 그대로 살리면서 서양화에서 온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고, 여성들이 초상화의 주체로 등장했으며, 직접 사람을 대면하는 대신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3. 이대원 <북한산> : 이대원의 북한산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풍경화와는 다르게 굉장히 강렬한 색을 사용하여 북한산을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경성고보재학 시절 제작한 작품으로 재학 당시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해 2년 연속 입상할 정도로 재능 있는 작가였다고 한다. 집안의 반대로 법학을 전공했지만 미술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 화가의 길을 걸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화랑이었던 반도화랑의 경영자로도 유명한 분이라고 한다.


4. 박수근 <유동> : 박수근은 한국전쟁 이후 서울에 자리 잡고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1963년에 제작된 이 그림은 2년 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 출품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뒤라 유작이 되었다고... 박수근의 작품은 한국적인 소재로 한국적인 질감(돌 위에 그림을 그린 듯한?)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5. 유영국 <작품> : 유영국은 김환기, 장욱진 등과 함께 한국 추상미술운동을 주도한 선구적인 화가로 그의 작품에는 '산'이라는 모티브가 많이 등장한다고... 이 작품도 산을 표현하고 있는데 붉은색을 과감하게 사용하면서도 같은 계열의 색채를 미묘하게 차이를 주어 표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풍경화와는 굉장히 다른 느낌이었다.


6. 장욱진 <나룻배> : 장욱진은 한국 전쟁 당시 피난을 떠났다가 고향인 연기군으로 돌아가 전쟁 시기를 보내는데 이때 제작한 것이 '나룻배'라고 한다. 작가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늘 마주했던 강나루의 평화로운 풍경을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화폭으로 옮긴 것이라고...


7. 이응노의 <구성> : 이응노는 유럽을 무대로 활동했던 대표적인 한국의 화가로 서양 미술과 추상화의 세례 속에서도 동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정신과 미학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이 작품은 문자 추상의 한 형태로 화면을 채우고 있는 각각의 형태들은 한자의 획을 떠올리게 하지만, 문자로서의 구체성은 추상화되어 사라지고 없다고...


8. 남관 <가을 축제> : 남관은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한 프랑스 유학 1세대로서 동양적 감수성과 추상화를 결합한 서정적인 화풍을 개척한 화가라고... 1980년대 이후 그의 작품은 전쟁이라는 거대 서사와 무겁고 어두운 형상을 벗어버리고, 밝고 화려한 색채로 덮인 축제 같은 화면으로 변화해 가기 시작했고, 이 작품이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9. 문신 <닭장> : 문신은 좌우균제 구조의 개성적인 조각을 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회화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국내 화단에서 활동하던 시기의 작품으로, 모자를 눌러쓰고 한 여름 닭장 앞에 앉은 인물을 통해 답답하고 혼란한 당시 현실을 반영하는 듯 보인다고...


10. 김흥수 <한국의 여인들> : 김흥수는 이질적인 요소를 조화롭게 대비시켜 예술성을 이끌어 내는 독특한 화풍의 조형주의 회화를 개척한 화가로, 이 작품은 파리 유학기 대표작으로 원색과 나이프로 전체 화면에 통일감을 주고 형태의 자율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초기 작품으로부터 변화를 보여주며, 이 작품에서 보이는 오리엔탈리즘적, 한국적 소재의 현대화 경향은 이후 김흥수 화백의 주요 특징이 된다고 한다.


* 오래 기다렸지만 기다린 만큼 만족한 전시였다. 이번 전시는 6월 6일까지라니 시간을 투자해 보시길...


KakaoTalk_20220530_170716540_05.jpg 전시장 입구
제목 없음.jpg 1.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KakaoTalk_20220530_170716540_29.jpg 2. 채용신 <노부인 초상>
KakaoTalk_20220530_181502476_01.jpg 3. 이대원 <북한산>
KakaoTalk_20220530_181502476_02.jpg 4. 박수근 <유동>
KakaoTalk_20220530_181502476_03.jpg 5. 유영국 <작품>
KakaoTalk_20220530_181502476_04.jpg 6. 장욱진 <나룻배>
KakaoTalk_20220530_181502476_06.jpg 7. 이응노 <구성>
KakaoTalk_20220530_182021401.jpg 8. 남관 <가을 축제>
다운로드.png 9. 문신 <닭장>
다운로드2.jfif 10. 김흥수 <한국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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